'불법도박' , 해외리그에선 어떻게 다뤘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열린 오승환과 임창용에 대한 상벌위원회에 앞서 다각적인 검토를 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여론을 감안하면 중징계는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불법도박 사건에 대한 첫 중징계라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 KBO 관계자는 “해외에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는 고충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야구(NPB)는 지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 세 명이 연루된 도박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NPB는 후쿠다 사토시, 가사하라 쇼키, 마쓰모토 다쓰야 등 선수 세 명을 무기한 실격시키고 요미우리 구단에 제재금 1000만엔을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NPB 커미셔너가 ‘유해행위’에 대해 실격 처분을 내린 건 1969년 일명 ‘검은 안개 사건’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요미우리 사건이나 ‘검은 안개 사건’ 모두 야구에 대한 도박이 문제였다.

[ 불법 도박 스캔들이 있었던, 후쿠다 사토시 ]

검은 안개 사건은 조직폭력과 연관된 승부조작으로까지 번졌다. 후쿠다 등 요미우리 선수 세 명은 승부조작과는 무관했지만 프로야구 및 고교야구 10~20경기에 불법 베팅을 한 혐의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 야구규약은 메이저리그 규약의 영향을 받았다.

메이저리그는 1900년대 초반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야구도박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KBO 규약도 148조에서 야구도박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와 관련되지 않은 도박의 경우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이렇다 할 징계 전례가 없다.

[ 불법 도박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는 자레드 코사트 ]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마이애미 돌핀스 투수 자레드 코서트가 불법 도박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메이저리그 규약은 원래 ‘야구 도박’만을 명문 금지했지만 최근 규약개정으로 ‘불법 베팅업체’에 돈을 거는 행위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결과 야구 경기에 돈을 걸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져 액수가 공표되지 않은 벌금 처분에 그쳤다.

불법 도박은 미국과 일본 모두 형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도박 산업이 발달해있는 등 도박에 대한 처벌 범위는 한국보다 강하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도박죄 처벌은 엄격한 편이다. 해외의 합법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경우도 국내 실정법으로는 불법이다.

KBO 관계자는 “프로야구가 발전함에 따라 프로야구 선수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수준도 과거보다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실정법이 불법 도박을 엄하게 다루고 있는 이상 프로야구의 징계도 도박이 합법화된 외국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흥행 산업’인 프로야구의 속성상 법적, 도덕적 일탈행위에 대해선 상규보다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할 필요성도 있다. 대만프로야구의 경우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차오진후이가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조작 모의 정황은 밝혀졌다”는 이유로 영구제명 조치를 한 바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검찰의 약식기소는 다소 관대한 측면이 있다. 도박죄에는 통상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진다.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집행유예를 받으면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보다 엄한 도박죄 처벌에 대해선 법리적으로 논쟁이 있다. 그러나 도박 중독 실태 등을 볼 때 강한 처벌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