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이 냉철한 자기진단 속에 2016시즌을 준비한다. 그는 "후반기 저하는 체력 문제가 아니었다"고 확신했다.
양현종은 13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체력테스트에 참가해 4㎞ 달리기를 완주했다. B조(26~30세)에 속한 그는 400m 트랙 10바퀴를 19분55초에 돌아 테스트에 합격했다. 그는 이번 겨울 결혼과 신혼여행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러나 개안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날 실시된 체력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참가 자격을 얻었다.
양현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연봉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지난 12일 2016시즌 연봉 7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2015년 김현수가 기록한 비FA 선수 최고 금액 타이였다. 양현종은 "구단이 대우를 잘 해주셔서 두 번째 만남에서 바로 도장을 찍었다"며 "작년 성적에 비해 많은 금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예비 FA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느꼈다. '잘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현종은 지난해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32경기 등판해 184⅓이닝을 책임지며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했다. 2014시즌 16승에 이어 2년 연속 15승 이상을 따내며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이 부문 타이틀을 따냈다. 양현종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을 때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올해는 확실한 성적을 내고 받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양현종은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2015시즌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페이스를 최대한 천천히 끌어올렸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끝나갈 때 처음으로 공을 던졌다. 효과를 보는 듯 했다. 그는 지난해 전반기 9승3패 평균자책점 1.77로 리그를 평정했다. 그러나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기 14경기에서 6승4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만족할 수 없었다.
2015시즌의 경험은 냉철한 자기진단으로 이어졌다. 양현종은 "체력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작년 경험을 통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9년 동안 던지면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진 것 같다. 트레이너께서 '어깨는 소모품'이라고 하시는데 맞는 말 같다. 구속이 자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페이스는 천천히 끌어올린다. 대신 어깨 보강운동에 집중한다. 지난해 보다 더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고 있다. 시즌 중에도 꾸준히 할 것이다. 어깨 운동을 죽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현종은 변화구 활용을 위기 극복의 열쇠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변화구 제구가 너무 잘됐다"며 "타이밍을 뺏고, 투구 수를 줄이는 등 변화구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완급조절이라고 평가받았는데 후반기에 특히 좋은 효과를 봤다. 올해 역시 힘든 시기가 오면 변화구 비중을 높여 위기를 넘겠다.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