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21)는 '응답하라 1988' 한편으로 20대 대표 여배우가 됐다. '덕선'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배우란 옷에 완벽 적응했다.
드라마, 영화, 광고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스타라 중심을 잃고 흔들릴법도 하지만 생각보다 속이 깊다. "'응답하라 1988'을 하면서 느낀 게 준비를 많이 할수록 성과가 높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섣부르게 무언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자들과 만난 혜리는 눈앞의 욕심 보다는 걸스데이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고, 섣부른 도전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싶다는 뚜렷한 소신도 내비쳤다. '응답앓이'의 열풍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듯, 침착하고 담담했다. '응답하라' 세 번째 시리즈의 여자 주인공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혜리는 덕선과 함께 훌쩍 자란 느낌이다.
-화제의 '응팔'을 떠나보냈다. 소감은. "시원섭섭하다. 근데 시원한 게 더 크다. 촬영은 7개월 했는데 준비한 것까지 하면 1년 가까이 '응답하라 1988'과 보냈다. 계속 긴장한 상태로 지냈는데 좋게 끝나니 속이 시원하다."
-촬영을 바로 마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말 많이 울었다. '이제 쌍문동 골목에 더는 올 일이 없겠구나', '이 스태프들이랑 마지막으로 보겠구나', '이제 덕선이랑 만날 일이 없겠구나' 등의 생각이 들어 눈물이 많이 났다. 정말 펑펑 울었다."
-'덕선'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을텐데. "워낙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 아닌가. 여주인공이 이끌어 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선배님들과 감독님, 작가님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끝났다."
-방송 전부터 잘못된 캐스팅이란 악플도 많았다. "자신이 있었다기보다 초반에 확 의견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워낙 대본이 좋고 준비를 많이 했기에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걱정보단 기대감이 컸다."
-신원호 감독과의 인연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나도 좋았다. 정말 젠틀하고 자상한 감독님이었다. 그리고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이 크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작품이 잘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덕선이라는 인물에 적응하는 건 수월했나. "감독님과 작가님이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습을 많이 보셨다고 하더라. 눈치를 많이 보고 덤벙거리는 모습이 덕선과 비슷하다고 하더라.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어서 바로 '안 그런데요?'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출연했던 방송을 다시 보니 덕선의 모습들이 있더다. 나도 모른 나의 모습이었다. 덕선이를 연기하면서 내면에 갇혀있던 부분을 밖으로 꺼내기 위해 집중했다. 감독님과 일주일에 두 번씩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준비했다."
-쌍문동 친구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극 중에선 진짜 친구처럼 친근감이 묻어났다. "처음엔 나만 빼고 다들 친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여기서 잘 융화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내 여동생처럼 예뻐해줬다."
-언니 류혜영과 특별한 케미가 있어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언니와의 '케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매 관계라는 것 자체가 가족이지만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닌가. 원수같이 보일지라도 제일 끈끈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혜영 언니랑 정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촬영 때 서로를 바라보며 제일 많이 울었다. 오히려 러브라인보다 더 큰 관계였다."
-러브라인에서 덕선의 감정이 덜 표현된 부분이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덕선이가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인데 미운 부분이 생긴다는 게 속상했다. 선우(고경표)와 정환(류준열)이에 대한 감정과 택이(박보검)의 감정에 대한 차이가 좀 더 표현됐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걸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인 것 같다. 사실 '혜리가 연기를 못했어'라는 말도 속상하지만 '덕선이가 미워'라는 말이 더 속상하다. 덕선이는 택이를 항상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초반에 그런 부분을 사랑으로 표현했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나중에 결말을 알고 나니 여태까지 해온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다 제 잘못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택과 정환 중 누굴 선택했어야 할까. "누구한테 가도 보는 분의 전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만약에 다른 상황이었어도 비슷한 결과였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