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0년차를 맞이한 이 프로그램의 자존심은 세다. 단순히 MC와 게스트간의 '수다'를 담은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 뻔한 '방송용멘트'를 허락하지 않는 4MC의 예리하고 짓궂은 '공격'과, 꼭 다뤄져야 할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특유의 분위기는 '단골 시청자'를 낳았다.
또한 단순히 '대세'들로만 구성된 게스트들이 아닌, 다양한 주제로 엮인 흥미로운 게스트 조합의 출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수많은 예능이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가운데 묵묵하게 MBC 예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라디오스타'의 자부심은 또 있다. 황교진 PD는 무명에 가까운 스타를 배출하는 '사관학교'를 자처하고 '철 지난' 연예인에게 새 생명을 불어주는 '심폐소생기능'까지 자랑한다. 단순히 한 회의 '고 시청률'을 넘어 예능업계 전체에서 특수한 기능을 맡고 있는 '라스'의 연출자 황교진 PD와 대화를 나눴다.
▶'라스 사관학교', 이 스타는 우리가 배출했지 황교진 PD는 최근 가장 뿌듯했던 '사관학교 생도' 중에서 박나래를 꼽는다. 지난해 9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나래는 걸쭉한 입담과 능청스러운 상황극으로 데뷔 10년만에 '홈런'을 쳐냈다. 황 PD는 "개그맨 이윤석이 '라스'에 대해 '잘 나가는 스타의 기를 '쪽쪽' 빨아먹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죽어가는 스타에게 기운을 불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한적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은 평가였는데, '라스' 녹화현장에서 박나래가 '빵빵'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바로 이윤석의 그 말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사실 박나래가 그날 '라스'에서 털어놓은 에피소드들 중 대부분은 과거 '세바퀴'에서 사용했던 내용. 황교진 PD는 "내가 '세바퀴' 담당PD 였는데, 같은 이야기라도 4MC의 능숙한 진행과 '몰아주는' 분위기로 훨씬 더 큰 재미와 효과가 나오더라"며 "다시한번 '라스'만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황교진 PD는 걸그룹 피에스타의 차오루에 대한 애착도 전했다. 그는 "방송전 제작진과의 인터뷰 중 차오루가 '여기서 안터지면 끝'이라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겠다'라며 울먹였다"며 "그 순간 '그동안 남몰래 쌓아왔던 것들을 터뜨릴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진심'이 통했다"고 말했다. 황 PD는 이어 개그맨 홍윤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라디오스타' 연출을 처음 맡을때 부터 염두했던 게스트"라고 말했다. 이어 "'코미디빅리그'쪽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홍윤화가 '개그맨계의 개그맨'이라고 했다. 그만큼 사석에서 가장 웃기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며 "그가 '라디오스타'를 만난다면 실력을 100%낼 수 있다고 확신했었다"고 말했다.
3일 방송된 '라스클리닉-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박나래·장도연과 양세형·양세찬은, 종잡을 수 없는 '연애 치정극'을 선보이며 10일까지 '2주 방송'으로 전환된 상황. 3일 방송 후에는 양세형·양세찬 형제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형성하며 또 다른 '대세 탄생'의 서막을 올렸다. 황 PD는 "네 사람이 개인기와 에피소드등을 정말 열심히 준비해왔다. 오랜시간 회의를 거친 티가 역력했다"며 "개그맨들이 공개 코메디 프로그램에서만 발산하던 '열정'을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역시 '라디오스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잘만하면 인생역전' 그래도 긴장하지 마세요 '라디오스타'에 출연을 약속한 스타들은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낀다. 게스트를 옹호하고 추켜세우는 진행은 없다. 김구라·윤종신·규현 등 독설과 돌직구로 무장한 MC들의 존재는 부담감을 안긴다. 하지만 이러한 험악한 '무대'위에서 대박을 터뜨리면 그 어떤 프로그램이나 작품에서도 누릴 수 없는 즉각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녹화장에 들어서는 스타들 중에는 과도한 설정이나 꾸며낸 에피소드로 무장한 이도 있고, 극도의 긴장감에 시달리다가 분위기를 타지 못한채 MC들의 말에 얼굴만 붉히는 경우도 많다.
황교진 PD의 조언은 간단하다. ''라스'가 알아서 해준다'는 것. 그는 "결국은 아는 형·오빠(4MC)와 편하게 이야기 나누듯 꾸밈없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만 하면, 4MC가 양념을 치고 '라스'가 화장을 해 준다"며 "오히려 자신을 포장지로 겹겹이 싸메고 등장하거나, '긴장'이라는 옷을 입고오면, 실패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황 PD는 또한 '주의사항'으로 김구라를 언급했다. 그는 "아무래도 가장 공격적인 김구라의 존재감에 당황하는 게스트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했다는 것은 '애정이 시작됐다'는 사인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라며 "공격을 가장한 '관심'으로 더욱 부각시켜주고, 흥을 돋우어 주며 주려는 것이므로 움츠리지 말고 김구라와 '합'을 맞추다보면 어느새 신명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