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4번 타순이 비어있다. 지난해 교체 선수로 KBO리그를 밟은 댄블랙이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올해 투수 3명을 영입하면서 댄블랙의 자리가 없어졌다. 조범현 kt 감독은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댄블랙의 뒤를 이을 4번 타자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후보는 크게 세 명으로 좁혀진다. FA(프리에이전트) 재계약에 성공한 베테랑 김상현을 비롯해 FA 자격으로 kt에 새롭게 합류한 유한준, 재계약에 성공하며 2년 연속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된 앤디 마르테가 후보 명단에 올라있다.
김상현은 지난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타순에 따라 성적은 엇갈렸다. 그는 4번으로 나선 경기에서 타율 0.250·14홈런·47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5번에서는 타율 0.302·10홈런·35타점을 올렸다. 댄블랙의 부재 상황에 4번을 맡았지만 자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이숭용 타격코치는 "김상현은 좋은 힘을 가졌다. 그러나 4번에 자리하면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한준은 지난해 넥센에서 타율 0.362·23홈런·116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정확성을 앞세운 타점 생산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거나, 힘으로 상대 투수를 압도하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준은 넥센 시절이던 지난해 4번에서 타율 0.316·6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3번 타순에서 타율 0.340·6홈런·31타점, 5번에서 타율 0.364·16홈런·75타점을 기록했다. 4번을 앞뒤에서 돕는 역할이 더 잘어울린다.
마르테는 지난해 중심타선에서 타순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는 지난 시즌 4번 타순에서 타율 0.309·3홈런·9타점을 올렸다. 장타율(0.527)과 출루율(0.375)의 합인 OPS은 0.902를 기록했다. 3번에서 더 강했다. 타율 0.354에 17홈런·80타점을 수확했고, OPS는 1.098을 기록했다. 정확성과 힘을 겸비한 만큼 유력 후보로 꼽힌다.
4반 타자는 타순에 무게감을 더해야 하고,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4번 타자의 성적은 팀 공격력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 kt는 지난해 댄블랙을 통한 4번 타자의 강력한 힘을 몸소 체험했다. 올 시즌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는 만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4번 타순의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