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일까, 아닐까. 시작도 하기 전부터 KBS 예능 신규 프로그램이 표절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은 KBS Joy '전국덕력자랑 : 최강남녀'다. 아직 방송이 되지 않았지만 MBC '능력자들'과 기획의도가 굉장히 비슷하다.
'최강남녀'공식홈페이지에는 '남들에겐 별난 취미 별난 세계로 비쳐질지라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1% 특별한 당신의 취향을 위한 취향 저격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적혀있다. 지난 해 11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능력자들'의 기획의도는 당신의 잠자고 있던 덕심(心)을 일깨워 새로운 '덕후 문화'를 만드는 취향 존중 프로그램이다. 흔한 사람이 아닌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한 일명 '덕후'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뼈대가 같다. '최강남녀' 1회에는 매운 맛에 빠진 사람들이 출연한다. 지난해 '능력자들'에서는 박형식이 '매운 맛 덕후'로 출연했다. 기획의도가 너무 닮아 내용까지 비슷하게 겹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최강남녀' 측은 "절대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방송이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은 "KBS 예능국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등 여타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비슷하게 베낀듯한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여 왔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표절이 아닌 지 의혹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절일까, 창작일까.
그간 KBS예능국은 타방송사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여러차례 선보이며 구설에 올랐다. 2011년 3월 국내 톱가수들이 경연을 하는 포맷으로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던 MBC '나는 가수다'가 인기를 끌자 KBS 측은 아이돌판 '나가수'라 불린 '불후의 명곡'을 그해 6월 론칭했다.
2013년 1월 육아 예능의 시초라 불리는 '아빠! 어디가?'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8개월 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나왔다. '하필'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MBC 프로그램은 현재 폐지됐고 KBS 예능은 승승장구 중이다.
중년들에게 해외여행 붐을 일으킨 tvN '꽃보다 할배'가 나오자 한 달 뒤 김수미·김영옥 등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 '마마도'가 KBS 전파를 탔다. '꽃보다 할배'에 '짐꾼' 이승기가 있었다면 '마마도'에는 이태곤이 있어 더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여배우들의 액션을 다룬 '레이디 액션'은 MBC '무한도전' '나는 액션배우다' 특집과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을 섞은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고 JTBC '비정상회담이 일으킨 외국인 예능붐을 KBS '이웃집 찰스'가 이어받아 정규 편성됐다. '어 스타일 포 유'는 마지막 방송에서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를 등장시켜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보여줬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흡사해 논란이 됐다.
▲유독 KBS 예능에만 민감?
KBS 예능국이 비난의 표적이 됐던 적이 유독 많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송국이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운건 아니다. SBS 대표 예능인 '런닝맨'은 지난해 12월 일본 후지 TV 'VS 아라시'에 나오는 게임과 거의 똑같은 게임을 등장시켰다. 한 여대 앞에서 진행된 6인 핀볼게임은 시민 3명과 함께 팀을 구성해 6명이 함께 공을 골인시키는 방식. 장소만 다를 뿐 'VS 아라시'와 '런닝맨'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똑같았다. 당시 임형택 PD는 "PD의 책임이 100%다. 회의할 때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다른 나라의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 모니터하지 못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이다"고 인정한 후 곧바로 사과했다.
요즘은 국내 프로그램을 중국에서 무자비하게 표절하는 경우도 많다. MBC '무한도전'과 JTBC '히든싱어'를 중국 방송에서 국내의 허락을 받지 않고 똑같이 따라해 논란이 됐다. 더욱 당황스러운건 중국 측의 반응. 표절과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할뿐 프로그램은 진행되고 있다.
▲할 말 많은 KBS 입장
일단 KBS 측은 표절 의혹에 대해 항변하고 있다. KBS Joy 한 관계자는 "'최강남녀'와 '능력자들'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최강남녀'는 특별한 취향을 가진 일반인 출연자가 여럿 출연해 대결을 펼친다"며 "아직 방송 전인만큼 두 프로그램이 비슷하다고 단정하는 일은 없었으면한다"고 말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마찬가지. 앞서 강봉규 PD는 "출연자가 아빠와 아이들이라는 형식이 흡사하다면 흡사하겠지만 프로그램에 담기는 내용은 많이 다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가급적이면 일상을 엿보기 위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었다. 제작진 개입이 없다. 출연자도 제작진을 볼 수 없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지상파의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표절 논란을 계속 불거져왔다. 특히 유명 모 프로그램도 일본 예능을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10년째 들었다"며 "문제는 표절이라고 단정 지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장르의 유사성'이란른 말로 돌릴 뿐 뭐하나 확실히 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