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8·볼티모어)는 2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에드스미스스타디움에서 구단 스프링캠프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볼티모어는 지난 20일 투·포수가 먼저 스프링캠프 훈련을 시작했고, 이날 야수진까지 모두 참류한 풀스쿼드(Full Squad) 훈련으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일찌감치 라커룸에 모습을 나타낸 김현수는 외야수 다리엘 알바레스와 조이 릭커드 사이에서 짐을 풀었다.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김현수는 지난달 23일 미국 LA로 출국해 일찌감치 스프링캠프에 대비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10홈런을 때려낸 브래디 앤더슨 볼티모어 부사장과 훈련해 현지 언론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만난 김현수는 "빠른 적응이 우선"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첫 경험인데.
"좋다. 이제 시작이니까, 오늘부터 적응에 들어간다."
-캠프 첫 날에는 뭘 하나.
"평소와 다른 게 있다. 아침에 와서 피지컬 테스트를 받았다. 숙소는 야구장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는 닉네임이 '머신(기계·Machine)'로 돼 있는데.
"한국 시절 별명을 따왔나 보다. 큰 의미는 없다. 난 지금 모든 게 물음표다. 나 자신부터 그렇게 생각한다. 일단은 해봐야 한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1번 타자 기용 이야기도 있던데.
"언론에서 나온 이야기다. 구단 사람들로부턴 어떤 말도 듣지 않았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타순이 시즌 준비에 영향을 주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잘 치려는 마음은 똑같다."
-KBO리그에선 1월부터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2월 중순에 캠프를 시작하는 건 처음이 아닌가.
"개인 스케줄로 운동을 하는 것과 단체 훈련은 다르다. 혼자서 할 때는 알아서 훈련 시간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힘들 때 쉴 수 있고, 그런 게 좋았다."
-밝은 성격을 장점으로 이야기하는 현지 매체도 있던데.
"한국에서 하던 대로 했다. 웃으면서 운동을 했는데. 여기는 아닌 건가(웃음). 내가 좀 더 웃는 것처럼 보이는 거 같다. 웃지 않아도 웃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이 안 통하는 게 이유일 수 있다. 말을 안 하고 웃고만 있으니까…."
-메이저리그에선 루키다. 부담이 있을 텐데.
"그렇다. '적응을 잘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늘 부담감이 있다. 한국에서도 그랬다.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재미있게 야구를 해서 좋은 플레이를 보이고 싶다. 딱히 루키라서가 아니다. 야구장에 나가면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친하게 다가오는 선수가 있나.
"동료들이 대체로 그렇다. 미겔 곤살레스랑 아담 존스, 매니 마차도는 처음 보자마자 살갑게 대해주더라. 크리스 틸만도 그렇다."
-투수에게 불리한 잠실구장에서 타자에게 유리한 캠든야즈에서 뛰게 됐다.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구장 조건은 다소 나아졌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는 구속이 빠르다. 스트라이크존도 KBO리그보다는 넓다고 알고 있다. 더 불리해진 점도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다면, 보다 공격적으로 타격을 해야 할까.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는 공은 다 칠 거다. 한국에서도 그랬다. 아니다 싶은 건 스트라이크 콜을 받더라도 안 칠거다."
-벅 쇼월터 감독이 강조한 부분이 있나.
"이곳에 적응하려고 하지 말고 이곳 사람들을 너에게 적응시키라고 했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다 이야기하라고 했다."
-특별히 상대해보고 싶었던 투수가 있었나.
"없다. 모든 투수 공을 상대해보고 싶다.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한 번도 상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많아졌고, 맞대결도 앞두고 있는데.
"서로 좋은 경기를 하고, 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팀이 이기는 거로 했으면 좋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