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두 드라마는 시작부터 '막장'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했다. 싫어하면서도 MSG처럼 끊을 수 없는 '막장'의 힘이 두 드라마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
'내 딸 금사월'은 전국시청률 33% 이상까지 오르며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 잡았다. 인기에 힘입어 1회 연장됐다. '애인있어요'는 중간중간 프로야구 중계로 결방할 때마다 포털사이트 댓글 1만개 이상 달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끝내 '막장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벗지 못 했다.
'내 딸 금사월' '애인있어요' 두 드라마가 남긴 막장의 길을 다시 걸어봤다.
◆ '내 딸, 금사월' 불티나게 팔린 정크푸드
'고열량의 불량식품'이 51부, 대장정을 마쳤다. 극이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끊임없이 막장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내딸, 금사월'은 마지막회에서도 막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개연성이 현저히 부족한 흐름,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설정, '부랴부랴' 매조지한 억지 결말까지 막장의 '종합선물세트'를 보여줬다.
욕은 먹었지만 기록은 화려했다. '격전지'라고 불리는 주말극 전쟁터에서 줄곧 1·2위 자리를 놓고 다투었으며 최고 시청률은 34.9% (46회·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달했다. 50회는 33.6%의 시청률로 3사 통틀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의 작가조차 '내딸, 금사월'의 '막장성'을 인정했다는 점. 김순옥 작가는 '내딸, 금사월'의 집필을 마친 지난 22일, 드라마 제작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려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유독 많은 외압이 있었고 논란이 있었고 눈물과 아픔, 부끄러움이 많았던 작품이다. 이전 작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했어야 했는데 지금의 이런저런 논란은 모두 내 탓이다"고 했다.
작가의 눈물 겨운 고백이 있었지만 여전히 막장극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온갖 비난을 받는 막장극이 높은 시청률·화제성을 기록하는 것을 두고, 결국 성숙하지 못한 시청자들의 시청행태에서 기인한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 중독성에 쉽게 빠져드는 시청자들이 있는 이상, 욕먹는 드라마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아이러니가 당분간 더욱 지속될것이라는 의미다.
◆ '애인있어요' 애인도 있고 막장도 있어요
이유있는 명품 멜로와 막장드라마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변해버린 아내 김현주(도해강)를 경멸하고 질색하는 지진희(최진언), 그런 지진희에게 노골적으로 애정을 표하는 박한별(강설리). 이 세 사람의 모습만 봐도 불륜극. 다만 그걸 어떻게 풀어내냐에 따라 막장극과 멜로로 나뉜다.
'애인있어요'가 불륜을 다루면서도 막장극이라는 소리를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지진희가 박한별과 사랑에 빠졌던 이유는 그에게서 김현주의 냄새를 맡은 것도 있지만 딸의 죽음이 컸다. 김현주는 지진희를 위해 천년제약이 저지른 어떤 일이든 변호하다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다. 김현주 대신 딸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들의 사이는 끝났다.
이혼 없이 그대로 지냈다면 무늬만 부부로 살아갔겠지만 딸의 죽음이 둘 사이의 깨달음을 가져왔다. 이것이 '애인있어요'가 막장인듯 막장아닌 드라마라 불린 이유다. 불륜은 맞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설정이 국내 드라마서 쉽사리 볼 내용은 아니다. 소재는 익숙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달랐다.
반응도 아이러니했다. '애인있어요' 방송 이후 전국시청률 10%를 넘긴 건 단 두 번이다. 평균시청률을 매겨봐도 7%를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다. 과거 '발리에서 생긴 일'처럼 폐인을 만들어내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프로야구 중계로 결방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는 날에는 SBS로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지진희는 눈으로 임신시킨다'는 남우세스러운 말까지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