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리그 최고 불펜 투수로 꼽히는 좌완 정우람을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했다. 뒷문 불안에 시달리며 '롯데 시네마'라는 불명예 별명을 얻은 롯데는 윤길현(4년 38억원)과 손승락(4년 60억원)을 데려오는데 98억원을 쏟아부었다. 불펜 전력이 추가된 한화와 롯데는 나란히 5강 유력 후보에 꼽히고 있다. 그리고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맞붙은 두 팀은 투자 효과를 검증했다.
◇'KKK' 정우람, 호수비 지원까지 든든
한화는 선발 신인 김재영이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2회 1점을 얻어 앞서 나갔다. 김재영에 이어 장민재(1이닝)와 박정진(2이닝)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1-0으로 앞선 8회 정우람을 투입했다. 전날 19안타 20득점을 올린 롯데 타선의 상승세를 정우람으로 막아낼 계획이었다.
정우람은 8회 삼진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선두 타자 손용석을 공 4개, 오현근을 공 3개로 루킹삼진 처리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걸치는 절묘한 공에 손용석과 오현근은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김대륙을 맞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김주현을 공 4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에는 호수비 지원을 받았다. 선두 타자 오승택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한 정우람은 김대우를 3구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어 후속 타자 이여상에게 우익수 방면 짧은 타구를 허용했지만, 장운호가 몸을 날려 잡아냈다. 문규현의 좌전 안타는 좌익수 송주호가 빠른 판단으로 2루에 공을 뿌려 타자 주자 문규현을 잡아냈다. 정우람은 2이닝 2피안타·1볼넷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정우람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시범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를 수확했다. 5⅓이닝 동안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볼넷은 1개만 내줬고, 삼진은 8개를 뽑아냈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스프링캠프를 늦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컨디션을 끌어올려 시즌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윤길현-손승락, 추격 여지 남긴 호투
조원우 롯데 감독은 19일 한화를 상대로 20-12 대승을 거뒀지만,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하루에 안타를 왕창 쳐서 이기는 건 의미가 없다. 1~점 차이의 팽팽한 승부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만에 실험대에 올랐다. 조 감독은 0-1로 뒤진 6회 불펜진을 가동했다. 김원중(1이닝)과 이명우(⅓이닝)-김성배(⅔이닝)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8회 필승조 윤길현이 출격했다. 윤길현은 강경학과 정근우를 나란히 삼진으로 솎아내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깐깐한 타자 이용규는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16개의 공을 던졌고, 스트라이크는 10개를 기록했다.
손승락이 바통을 물려받았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세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했다. 한화 중심 타자 김태균과 로사리오를 맞아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내야 땅볼과 1루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투구 수는 11개에 불과했다.
롯데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정우람을 공략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그러나 불펜진의 호투 속에 마지막까지 추격의 여지를 남긴 건 하나의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