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롭게 단장한 ‘식신로드’와 ‘맛있는 녀석들’을 두고 누가 먹방의 원탑이냐는 댓글 논쟁이 불붙고 있다. 둘 다 ‘먹방’이라는 아이템을 두고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라는 비슷한 처지에서 동시간대 방송도 아닌데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구도는 일단 흥미롭다. 그렇지만 살다 살다 이제는 먹는 것까지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 서글프다.
풀이1: 후생가외(後生可畏), 먹방을 평정한 ‘녀석들’
‘맛있는 녀석들’은 2015년 1월 파일럿으로 시작해 50회를 넘기며 1년 이상을 살아남아 먹방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보통 시즌제로 돌아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케이블 예능에서 1년을 쉬지 않고 넘겼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 그만큼 ‘맛있는 녀석들’은 시청자들의 호응이 좋다는 증거다. 솔직함이 이 프로그램의 무기다. 음식을 먹는 그 자체에 충실한, 먹방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 게스트도 필요 없이 MC와 음식으로 방송분량을 충실하게 채워 먹방 프로그램의 원탑에 올랐다. 성공비결은 달리 설명할 필요도 없다.
풀이2: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은 ‘식신로드’
식신로드는 시즌2로 접어들면서 실시간 먹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들고 나왔다. 일반적인 맛집 소개와 음식의 시식, 그리고 시식평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구성을 깨뜨리겠다는 전략이다. SNS라는 실패확률이 없는 플랫폼을 통해 출연자들의 먹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기존 먹방에 신개념 패러다임을 추구했다.
등장인물도 새롭게 바꿨다. 기존 정준하-박지윤-김신영 3MC 체제를 탈피하고 2인 3팀으로 인원 구성을 다시 짰다. 팀별 먹방 대결을 통해 경쟁을 강화하고 거기서 빚어지는 재미도 잡겠다는 의도다. 한 마디로 식신로드의 상징인 정준하만 둔 채 새 부대를 만들고 새 술을 부은 것이다.
공식: 먹방의 기본은 ‘음식’과 ‘음식을 먹는 사람’
누구나 알고 있다. 먹방의 주제는 음식이고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을 시청자가 보는 것이다. ‘맛있는 녀석들’은 그 기본을 충실하게 따랐다. 시청자들이 주목한 것은 음식이 나오는 맛집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였으며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었다. ‘맛있는 녀석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식신로드2’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시청자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주 구성으로 하는 먹방은 일찍이 시도된 적은 없었다. 한 프로그램 내에서 각기 다른 세 가지 음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양성을 보장하려는 의도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미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을 주제로 하는 방송이 분명 존재하고 또 먹방이라는 콘텐츠도 수도 없이 나왔기 때문에 식상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방송에 어느 한 구심점이 없이 3팀이 따로 노는 모습은 보기에 정신없고 산만하다는 개선점을 남기게 됐다.
해답: 먹방계의 승자는?
현재 ‘맛있는 녀석들’이 먹방계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한 상황에서 원조 먹방이라 자처하는 ‘식신로드2’는 오히려 그 후발주자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고쳐야 할 문제점은 산적해 있다. ‘식신로드2’가 막 걸음마를 뗀 만큼 누가 우위에 있다고 지금 당장 단언할 수는 없지만 프로그램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물론, 음식을 먹는 것은 즐거움의 충족이므로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는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것 정도는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부분이다. 과연 ‘식신로드2’는 혼돈의 먹방계를 평정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