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H조 2차전에서 아프리카 알제리와 격돌했다. 월드컵 개막 전 한국은 H조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한 조에 묶였다. '톱시드' 벨기에와 유럽의 '다크호스' 러시아를 경계했고 알제리는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는 희생양으로 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한국은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다 알제리에 2-4로 완패했다. 사실상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된 순간이었다.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알제리에 패하고 마지막 3차전에서 벨기에에 0-1로 무릎 꿇은 한국은 결국 1무2패, 승점 1점을 기록, H조 꼴찌로 16강에 올라서지 못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전 연령대 대표팀을 포함해 알제리에 최초로 패배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1985년 12월 국가대표팀끼리 맞붙는 멕시코 4개국 친선대회에서 한국과 알제리의 첫 번째 맞대결이 펼쳐졌고 한국은 김종부와 최순호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2009년 11월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한국은 알제리를 만나 이종호와 손흥민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역대 전적에서 2연승으로 알제리에 강했던 한국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무너졌다. 더욱 굴욕적인 것은 한국의 월드컵 역사상 처녀 출전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제외하고 톱시드가 아닌 팀에 4골을 허용한 최초의 팀이 알제리라는 점이다. 세계적 강호도 아닌데 대량 실점을 했다는 의미다.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형들이 당한 굴욕, 아우들이 복수한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알제리와의 2연전(25일·이천종합운동장, 28일·고양종합운동장)을 치른다. 한국의 연령대 대표팀을 모두 포함해 올림픽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 참패 뒤 알제리와 처음으로 격돌한다.
당연히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
지난 21일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소집된 뒤부터 오직 알제리 격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2연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준비를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되찾는 일이 우선이다.
권창훈(22·수원 삼성), 문창진(23·포항 스틸러스) 등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주역들이 알제리 격파에 나선다. 박인혁(21·프랑크푸르트), 최경록(21·상 파울리) 등 유럽파들이 새로운 활력을 더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이 언제 다시 알제리를 만날지 모른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설욕해야 한다. 알제리 '한'을 말끔히 털고 다음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