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FC의 기자회견장에선 일반 상식으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로드FC 라이트급(70kg급) 챔피언 권아솔(30)은 이날 무제한급 선수 최홍만(36)을 도발하며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청담동의 로드FC압구정짐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당초 오는 16일 중국 북경공인체육관에서 개최되는 '샤오미 로드FC 030 인 차이나' 무제한급 토너먼트 아오르꺼러(21·중국)과의 4강전에 나설 최홍만이 주인공인 자리였다.
사건은 최홍만의 인터뷰가 끝나면서 일어났다. 로드FC의 5월 대회 출전자 자격으로 동석한 권아솔이 마이크를 잡고 "솔직히 이번에 (최)홍만형이 1라운드에서 아오르꺼러에 질 것 같다. 솔직히 졌으면 좋겠다. 이제 운동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내가 이 자리에 맨 끝에 앉아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 문제가 된다면 이 자리에서 붙었으면 좋겠다"라며 최홍만이 앉은 테이블을 향해 글러브를 던졌다.
최홍만의 안색은 변했다. "할 말이 없다"며 불편한 표정을 지은 최홍만은 기자회견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갔다. 하지만 권아솔은 한 술 더 떠 테이블을 밀어내며 "나와 붙자"고 소리쳤다. 장내가 정리된 이후에도 씩씩대며 "격투기를 이용해서 돈벌이만 생각하는 것 같다. 서커스 매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격투기인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들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아솔의 거친 언변이 문제가 아니다. 격투기의 세계에선 70kg급 선수가 자신의 몸무게의 2배 이상을 넘어서는 150kg대 선수에게 대결을 제안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한 격투인은 "격투기 선수들 사이에선 '체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체급 종목'에선 체중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며 "상대가 허용치보다 1~2kg만 더 나가도 힘이 다르다며 시합을 꺼려하는 게 격투기 세계다"고 했다.
또 다른 격투기인은 최근 지난 6일 벌어진 미국 종합격투기 UFC 코너 맥그리거(28·아일랜드)와 네이트 디아즈(31·미국)의 대결을 예로 들었다. 페더급(65.77kg급) 챔피언 맥그리거는 두 체급 위인 웰터급(77.11kg급) 네이트 디아즈에게 2라운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맥그리거는 2011년 2월부터 이어오던 14연승을 이어오며 거침없는 입담과 실력을 겸비한 슈퍼스타로 유명했다.
하지만 '체급의 벽'은 높았다. 그는 디아즈를 상대로 펀치 세례를 쏟아부었지만 디아즈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결국 디아즈는 테이크다운 후 길로틴 초크에 이어지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맥그리거의 항복을 얻어냈다. 경기 후 디아즈는 "맥그리거의 펀치 파워는 웰터급에선 흔하다"고 말했다. 약 12kg의 체급 차는 쉽게 넘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10kg도 아니고 70~80kg 이상 더 무거운 선수에게 도전을 한다…. 최홍만의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에 성립되기엔 무리가 있는 도발"이라고 혀를 찼다.
앞서 최홍만은 "지난해 12월 대회 때보다 몸무게가 꾸준히 늘었다. 지난 7년간 최고치다. 체력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