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희는 평소엔 본업 우슈에 집중한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우슈는 태권도 품새에 해당하는 투로 종목과 두 선수가 맞대결하는 산타 종목으로 나뉜다. 그는 우슈 여자 산타 52kg급 국가대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슈에 입문한 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
2014 세계 청소년 우슈선수권대회 산타 여자 52kg급 은메달리스트인 임소희는 2013·2015년 우슈 아시아선수권 여자 52kg급에서 잇달아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만 보면 적수가 없다. 그는 올해 열린 전국대회와 국가대표선발전에선 모두 1위에 올랐다. 이대로라면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산타 국가대표 출전이 유력하다.
또 다른 직업은 종합격투기 선수다. 임소희는 최근 생애 첫 종합격투기 실전 경험을 치렀다. 그는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 공인체육관에서 열린 얜 시아오난(27·중국)과의 샤오미 로드FC 30 여성부 스트로급(52kg급)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만 보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경기였다. 임소희는 이날 경기에서 1라운드 3분28초 만에 TKO패 했다. 그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상대를 향해 거침없는 펀치를 퍼부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하지만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얜 시아오난은 8전 7승1패를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임소희의 '패기'에 당황한 것은 잠시, 얜 시아오난은 이내 임소희의 펀치를 피해냈고 더 강한 공격을 쏟아내며 승리를 챙겼다.
패배에도 데뷔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평소 귀여운 외모로 '우슈 얼짱'이라고 불리는 임소희를 현장에서 본 중국 관계자들은 "최근 본 여자 선수 중 가장 저돌적인 공격을 펼치는 것 같다. 맞으면서도 전진하는 모습에서 투지가 느껴진다"며 놀랐다. 그러나 임소희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주변에서 상대가 잘하니까 열심히만 하고 오라고 했다. 막상 경기 해보니까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상대의 타격에 잠깐 흔들리면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눈이 지금도 조금 흐리게 보인다"고 했다.
임소희는 이제 본격적으로 우슈와 종합격투기의 병행을 꿈 꾸고 있다. 임소희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소속팀을 찾아 선수 경력을 이어가야 할 나이지만 국내엔 우슈 실업팀이 전무하다. 임소희가 종합격투기에 눈을 돌린 이유다. 종합격투기를 통해 규칙적인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우슈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으려는 의지다.
임소희는 "데뷔전에선 '개처럼 싸운다'는 각오로 무조건 계속 전진하는 작전이었다"면서 "이번 경기가 끝나고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기운을 차리고는 "지금 당장은 종합격투기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다음에 더 열심히 해서 (두 직업 모두)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