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황사와 미세먼지의 공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셔본 지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 흔했던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이 이제는 더 이상 흔한 존재가 아니다. 외국의 맑은 공기를 수입하고 생수를 수입해서 마시는 시대가 됐다.
1960년대 한 달에 한 번 인천 용화사에 갔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기차를 타고 가면 차창 밖으로 하얀 소금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어찌나 하얗던지 마치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보였다. 그랬던 염전이 197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정부에서 소금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되면서 점차 사라져갔다.
옛날에는 물을 끓여서 나오는 검은 소금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 일본상인들이 제물포로 들어오면서부터 소금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07년 주안 앞바다에 염전이 생기면서 일본인들이 천일염을 생산했다.
화산 때문에 갯벌보다 모래가 많았던 일본은 염전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염전 개발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인천에서 천일염 염전을 개발하기 시작한 일본인들은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소금을 생산하며 부를 축적해나갔다. 천일염으로 번 돈을 조선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사용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오랫동안 천일염을 지켜온 분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22여 년 전 소금 10만 포대를 보관하고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 서해안이 가장 깨끗했던 바다에서 생산된 소금이라고 한다. “소금은 바다에서 나옵니다. 바다가 깨끗해야 최상의 소금이 나오죠. 오염된 바다에서는 좋은 소금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는 감사하게도 소금 10만 포대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나에게 줬다.
요즘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금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소금 섭취량의 2.5배 이상을 섭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적정량의 소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금도 과유불급이라 소금을 많이 먹어도 문제지만 반대로 너무 적게 먹어도 우리 몸은 이상이 생긴다.
오랜 세월의 식문화가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어렵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적당히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소금 섭취는 필수적이다. 나트륨이 땀으로 배출되면 그만큼의 나트륨을 채워주지 않으면 몸의 밸런스가 깨진다. 대신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소금을 적게 먹는 게 좋다. 이를 모르고 무조건 소금을 적게 먹으면 제대로 된 에너지를 얻기 힘들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가 오염됐다. 그 여파로 이웃인 우리나라 바다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우리 바다는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다만 서서히 밀려오는 중국의 중금속 오염물질과 몰래 버려지고 있는 일본의 원전물질을 더 이상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 바다는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맑은 공기와 물은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어도, 바다만은 그럴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