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신인 가수가 나왔다. 이름은 베이빌론이다. 우리에겐 바빌론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개코·빈지노·지코의 곡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그 가수 맞다.
꽤 괜찮다는건 그가 직접 작업한 음악만이 좋아서는 아니다. 첫 느낌에 인성이 좋다. 말도 참 잘하고 예의바르다. 음악을 대해는 태도 역시 굉장히 진중하다. 그리고 나서 보니 음악도 참 잘 만들고 부른다. 이 세가지는 좋은 가수가 바르게 활동해나갈 수 있는 조건이다. 쉬운것 같지만 세가지를 다가진 가수는 흔치 않다.
최근 데뷔곡 '너나 우리'와 '비 오는 거리'를 발표한 베이빌론을 만났다.
-이름이 바빌론에서 베이빌론이 됐어요. "사실은 동음이의어예요. 둘 중에 베이빌론으로 결정한건 어감이 부드러워서예요. 바빌론은 대출업체 이름이랑 비슷하기도 하고요. 음악과 메시지를 전할때 선입견이 생길수도 있잖아요. 베이빌론은 아기 사자 느낌도 있고요. 이 이름은 영화 '스카페이스'에 알파치노가 자주 가는 술집 이름을 따왔어요. 사랑하는 여자도 만나고 신분상승도 하고 모든게 이뤄진 장소죠. '스카페이스'는 미국의 유명 래퍼들이 자주 언급하는 영화예요."
-자 이제, 베이빌론 얘길 좀 해볼께요. 언제 처음 음악으로 돈을 벌자라는 생각을 했나요. "스물세살 쯤. 중학교 때는 럭비를 했는데, 부상당하고 다치고 미래에도 할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포기를 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때 음악 동아리에 들었는데, 참 잘 맞았어요. 그 때까지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았고요. 그러다 스물세살때 음악이 하고 싶어서 크루를 결성했어요. 그 친구들과 작업물 만들고 녹음하고 가사 쓰고 곡쓰고 그랬죠. 그 크루에는 좋은 프로듀서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과 내공쌓는데 시간을 썼어요."
-군대도 굉장히 일찍 다녀왔어요. "스물한살에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1급이 나왔어요. 건강한 것도 기분좋고 어짜피 갈거면 빨리가자란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 나이가 들면 가고 싶지 않을거 같더라고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때 가서 경험하고 배우고 싶었죠. 정말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에요."
-MMM 크루 활동은 어땠나요. "자유롭게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작업을 했어요. 무료 공개곡이나 믹스테입을 내면서 뮤지션들에게 인식되고 피쳐링 제의도 받게 됐고요. 믹스테잎을 준비하면서 팔로알토 형에게 피쳐링을 부탁했어요. 솔직히 해줄지 몰랐는데 들이댔죠. 저 이런 사람인데 냉정하게 피쳐링을 해달라고요. 수소문 끝에 연락을 드렸더니 '곡이 좋은데 어떤분인지 모르니 몇곡 더 들려달라'고 하더군요. 몇곡을 더 들려드렸더니 '피쳐링엔 무조건 돈을 받는데 이번에 무료로 해줄테니 다음에 내 피쳐링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참 고마웠죠. 그걸 시작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개코형과도 하고 빈지노형과도 했죠. 결국엔 지코에게까지 연락이 와서 '보이즈앤걸즈'가 나왔죠."
-그래서 지코와 같은 기획사로 오게 된거군요.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 회사와 케미가 잘 맞을거 같고, 적극 지원하고 싶다고요.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을 내렸다. 원래는 MMM크루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좋은 아티스트 프로듀서가 있으니 우리끼리 해보자고요. 일리네어레코즈 처럼요. 근데 이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언더와 오버를 넘나들면서 구분없이 힘있게 할수 있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끼리는 사실 뮤비찍고 프로모션하고 홍보까지 너무 할게 많아서 한계를 느꼈거든요."
-크루원들이 좀 섭섭해했겠어요. "오랜 시간 믿음과 신뢰가 쌓여있어서 뭘하든 '이유가 있겠지, 그래서 그럴꺼야'라고 이해해줬어요.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인데 중고등학교 친구들 같거든요. 우리가 뭘 이룰려고 만난게 아니라, 누가 잘낳든 못났든 끈끈한 우정이 있어요."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그래서 음악적인 믿음과 신뢰를 쌓았으면 좋겠어요. 휴대폰 플레이리스트에 제 곡이 있으면 좋겠어요. 추억도 공감도 함께 쌓여갔으면 해요. 감성에도 젖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존경하고 싶은 아티스트는요. "음악적으로 빈지노 개코 지코 선배를 좋아해요. 가사 쓰는 것도 좋고, 창의적이죠. 특히 지코는 무섭죠. 어떤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기발한데,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고요. 부지런하죠."
-곁에서 본 지코는 어떤가요. 악동인가요. "참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의외로 겁도 많고 스물다섯살 또래의 아이예요. 너무나 무거운 짊을 진 위치에 있다보니 표현도 못하고 고충도 많은거 같아요. 사람들은 지코가 명예도 얻고 인정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는 그럴때 더 힘들고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는거 같아요."
-이제 음악 얘기를 해볼게요. 타이틀곡 '너 나 우리' 소개를 부탁합니다. "피쳐링은 도끼가 해줬어요. 도끼는 마니아틱하고 랩으로 본토 느낌을 낼수 있는 래퍼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고개 숙여도 괜찮아. 무릎꿇어도 괜찮아. 내 자존심과 위신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랑이 중요해'라는 내용이에요. 블랙아이드 필승이랑 작업했어요. 지금은 아이돌 프로듀서로 알수 있지만, 원래는 알앤비 프로듀서 출신이죠. 저와 케미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선호하는 코드나 방향 화음 애드리브 단계같은 것들이 비슷해서 즐겁고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어요."
-굉장히 감미로운 사랑이네요. "진정성있고 깊이 있는 사랑 노래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근데 며칠전에 친한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친구는 이 음악을 듣고 엄마가 생각난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누워만 계셔도 좋으니까 자기 곁에만 있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요.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느끼는게 다르니까 대중들이 공감하고 소통해줄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 오는 거리' 소개도 부탁합니다. "핫펠트(원더걸스 예은)와 공동 작사·작곡했습니다. 모든걸 내려놓고 본능적인 사랑 얘기를 해봤어요. 끈적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들죠. 원더걸스의 '아이 필 유'를 듣고 섭외하고 싶었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죠. 예은씨 부분은 아예 터치를 안했어요. 제 얘기가 들어가면 갖혀있는 작업물이 나올거 같아서 반을 맞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