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에이치에스티(HST)와 쓰리비에게 부당 지원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도 고발당했다.
2014년 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은 회사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점에서 쓰는 복합기를 임차할 때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HST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줬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유지보수 회사인 HST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인 현지선씨가 지분 10%를, 현지선씨 남편 변찬중씨가 8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를 하면 복합기 한 대당 월 16만8300원의 임차료를 내면 됐지만 굳이 HST를 거쳐 복합기를 빌려 쓰면서 월 18만7000원을 냈다.
HST는 가만히 앉아 거래수수료 10%를 거둬들인 셈이다. 이를 통해 HST는 작년 2월부터 10개월간 4억6000만원을 부단 지원 받았다.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변찬중 씨(40%)와 그의 두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택배운송장납품업체 쓰리비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로지틱스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쓰리비로부터 택배운송장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시중가격보다 12~45%까지 높은 가격을 책정해 약 56억2500만원의 과도한 이익을 제공했다.
쓰리비는 이전에 택배운송장 사업을 한 경험이 없었다. 택배운송장 단가도 시중에서는 장당 40원 전후임에도 쓰리비와는 규격별로 55~60원에 계약했다.
쓰리비의 마진율은 27.6%로 다른 구매대행업체의 마진율 0~14.3%보다 매우 높았다. 대기업의 지원에 힘입은 쓰리비는 택배운송장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11~12.4%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참여자 모두 중소기업인 택배운송장 시장에서 기존 중소기업들은 사업기회가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현대증권과 HTS에는 각각 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그룹으로 인수됨에 따라 총수일가 사익 편취가 아닌 부당지원행위로 11억2200만원, 쓰리비는 77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물어야 한다.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 고발키로 했다.
단 현정은 회장 개인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에 총수 일가의 개입 증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창욱 서비스업감시과장은 “임원 정도 수준까지 개입했다”면서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이 직접 사익편취 행위에 지시를 하거나 관여를 해야 하는데 이번 사안에선 이 같은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