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에 따른 감독 교체였다. 애틀랜타는 곤살레스 감독 경질 전까지 9승 28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였다. 애틀랜타 역사에서 지난 100년 동안 올시즌과 같은 개막 이후 부진은 없었다. 1935년의 10승 27패가 그나마 비견될 수준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 감독 교체가 처음 일어난 시점은 25경기째였다(밀워키 브루어스). 그렇다면 곤살레스 감독의 경질은 그렇게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다만, 감독 입장에선 다소 억울하다. 팀이 강도높은 리빌딩을 진행해 전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감독 입장에선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라인 샌버그 감독 경질이 그랬다.
AL의 양키스, NL의 브레이브스
1990년대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 뉴욕 양키스었다면 내셔널리그에선 단연 애틀랜타였다. 1990시즌 내셔널리그 꼴찌팀이었던 애틀랜타는 톰 글래빈, 존 스몰츠, 스티브 에이버리 등 '영 건'을 앞세워 리그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 이후 시카고 컵스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그렉 매덕스까지 합류하면서, 내셔널리그는 애틀랜타의 천하가 되었다
애틀랜타의 독주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1995년 단 한 번이었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2005년까지 14년 연속 지구 1위(1994년 파업시즌 제외)라는 북미 4대 스포츠 사상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선 새로운 강호가 나타나 애틀랜타의 패권을 저지했다. 뉴욕 메츠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카를로스 벨트란 등 적극적인 FA 선수 영입에 나섰다. 지미 롤린스, 라이언 하워드, 체이스 어틀리 등 젊은 선수들이 전면에 앞세운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있었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2013시즌까지 2008시즌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다. 바비 콕스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0년에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곤살레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첫 3년 동안 2번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연장계약, 재앙으로 돌아오다
애틀랜타의 갑작스런 몰락은 주축 선수들과의 연장 계약 실패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애틀랜타는 매 시즌 연봉 총액을 9천만~1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했다.
양키스처럼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구단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트레이드와 FA로 영입한 선수 중 성적이 괜찮은 이들과 연장계약을 시도했다. 문제는 이들의 계약 이후 성적이 수직낙하했다는 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6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냈던 2루수 댄 어글라다. 어글라는 2011시즌을 앞두고 애틀랜타로 트레이드 된 후 5년 620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했다. 계약 뒤 첫 시즌에 개인 최고 기록인 36홈런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선수 생활 내내 지적됐던 정확성 문제가 나이가 들면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기다림에 지친 애틀랜타는 2013시즌에 이어 2014시즌에도 2년 연속 1할 대 타율에 그친 어글라를 시즌 중간에 방출했다. 애틀랜타는 어글라를 1년반 동안 쓰지 않고도 지난해까지 25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해야 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 저스틴 업튼과 함께 영입했던 멜빈 업튼 주니어도 애틀랜타의 '흑역사'다. 2002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출신으로 20홈런-20도루 시즌 3회, 2008년 포스트시즌에서의 강렬한 인상 등 업튼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하지만 어글라와 마찬가지로 컨택 능력에서 항상 의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애틀랜타는 업튼에게 5년 7225만 달러 계약을 선사했고, 이 계약은 재앙이 됐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업튼은 2년 간 애틀랜타에서 타율 0.198, OPS 0.593, 21홈런 32도루에 그쳤다.
애틀랜타는 프레디 프리먼, 훌리오 테에란, 안드렐턴 시몬스, 크레이크 킴브럴 같은 팀내 전도 유망한 핵심 선수를 잡는 데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들을 일찌감치 붙잡은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2014시즌 후반기 몰락으로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자 구단 수뇌부는 프랭크 렌 단장을 경질했다.
존 하트의 개편, 성공할까
후임 존 하트 사장은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예고했다. 하트 사장의 구상에 이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의 최근 리빌딩 추세는 여러 부분을 포기하면서도 확실한 유망주를 확보하는 것이다. 워싱턴 내셔널스,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은 부임 후 리빌딩 과정에서 타자 유망주 수집에 사력을 다했다. 그가 트레이드와 드래프트 등으로 모았던 앤서니 리조, 크리스 브라이언트, 카일 슈와버, 애디슨 러셀 등은 현재 컵스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선수다.
하트 사장은 이와 반대로 투수 수집에 공을 들였다. 하트는 지난해 부임 후 맞이한 첫 드래프트에서 첫 14픽 중 12픽을 투수 지명에 썼다. 전체 33명 가운데 23명이 투수였다. 트레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맷 위슬러, 애런 블레어, 마이크 폴테네비치는 모두 트레이드로 영입한 투수다.
트레이드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필라델피아와 비슷하다. 필라델피아는 콜 해멀스와 켄 자일스 트레이드로 올시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애틀랜타도 트레이드에 주저하지 않았다.
2014시즌이 끝나고 제이슨 헤이워드, 에반 게티스, 크레익 킴브럴을 시작으로 지난 오프시즌에는 셸비 밀러와 안드렐턴 시몬스까지 각각 애리조나와 LA 에인절스에 팔아치웠다. 밀러와 시몬스 트레이드를 통해 받은 댄스비 스완슨, 션 뉴컴, 애런 블레어는 MLB.com이 선정한 올시즌 랭킹에서 전체 100위 안에 들었을 정도로 애틀랜타의 리빌딩에 주역이 될 선수들이다.
애틀랜타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 이상 내셔널리그의 강자로 군림하며 최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제 너무 오래 전 이야기다. 애틀랜타는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연 이들이 가는 길에는 순탄한 여정만이 펼쳐져 있을까. 앞으로 애틀랜타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반승주(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