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이장석(50) 넥센 히어로즈 대표에 대한 고소가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날이다.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고소인인 재미동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은 “이 대표가 지분 40%를 주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4년 전인 2012년 12월 넥센 구단은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이 홍성은 회장의 주주 지위를 최종적으로 부인하는 판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상거래상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판정은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실제 판정은 넥센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와는 정반대였다. 실제 판정은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넥센 구단의 법인명)는 홍성은 회장에게 16만4000주를 양도하라”였다.
시간이 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넥센 구단은 창단 첫 해인 2008년 7월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 매년 70억원(부가가치세 별도)에 3년 스폰서를 하기로 했던 우리담배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소송을 통해 2008년분 미지급 스폰서 금액은 돌려받았지만, 당시로선 큰 위기였다. 당장 KBO에 가입금을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입금을 내지 못한다면 구단 인수 자체가 취소될 수 있었다.
그해 7~8월에 이 대표는 홍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도합 20억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다. 이 지원에 대해 이 대표는 ‘단순 투자 계약’이라고 했고, 홍 회장은 지분 40%(16만 4000주)를 받고 10월까지 주주명부에 등재되는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구단 명의로 2012년 상사중재원에 “홍 회장이 주주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는 신청을 했다. 그러나 중재원은 당시 작성된 계약서 등을 근거로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상사중재원은 집행 권한이 없다. 홍 회장 측은 이듬해 2월 28일 주식 양도의 집행을 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 대표는 역으로 3월 25일 중재원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병합된 두 소송은 2014년 1월 15일 1심 판결이 났다. 중재원 판정대로 넥센 구단이 지분을 양도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이 대표는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다 8월에 돌연 항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주식 양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은 소 취하에 앞서 새로운 소송을 냈다. 상사중재원 판정은 존중하지만 실제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 측 법률대리인인 임상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판정 당시 신청인이 이 대표가 아닌 구단이었다. 구단에는 현재 주식이 없다”며 “이행 방법이 없으므로 홍 회장에게 주식 양도가 아닌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구단은 지분 40% 상당의 금액을 홍 회장에게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히어로즈 구단의 현재 지분 가치다. 두 회계법인의 감정 평가에서 히어로즈 구단의 지분 가치는 ‘0원’으로 나왔다. 재무제표상 히어로즈는 만성 적자에 3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회사다. 이에 따르면 홍 회장에게 배상할 금액도 0원이다. 그래서 소송의 이름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현재 양 측은 변론을 마친 상태다. 공판은 7월 22일 열린다. 그리고 공판에 앞서 홍 회장 측은 지난달 이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홍 회장 측 대리인인 이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천우)는 “처음부터 형사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다. 원만한 합의를 기대했기 때문에 소송을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처음부터 주식 양도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임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중재 절차가 있었다. 홍 회장 측에 2008년 투자액을 상회하는 28억원을 배상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분 평가액은 ‘0원’이지만, 홍 회장의 투자분은 보전할 의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거의 빈손으로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는 모험적인 투자를 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사업 초기 위기에서 급하게 유치한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다. 당사자간 이해 관계를 떠나 프로야구단 최대주주가 바뀔지 모르는 계약이 비밀리에 진행됐다. 이 점에서 KBO 규약 저촉 논란도 가능하다. KBO 규약은 지배주주 변경은 총재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이장석 대표 피소 관련 일지◇ 2008년 3월 24=우리 히어로즈 구단 창단 2008년 6월=구단 이장석 대표, KBO 가입금 분납액 지급 지체 2008년 7월=우리담배 스폰서 철회 2008년 7월 14일=이장석 대표, 홍성은 회장으로부터 10억원 투자계약 체결(1차) 2008년 8월 29일==이장석 대표, 홍성은 회장으로부터 10억원 투자계약 체결(2차) 2012년 12월 17일=대한상사중재원, 홍성은 회장 지분 40% 인정 2013년 2월 28일=홍성흔 회장, 주식양도 집행소송 제기 2013년 3월 25일=이장석 대표, 중재판정 취소청구소송 제기 2014년 1월 15일=서울중앙지법,주식양도 집행 판결 2014년 7월 23일=이장석 대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제기 2014년 8월 26일=이장석 대표, 주식양도 집행 판결 항소 취하 2016년 5월 20일=홍성은 회장, 이장석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