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
에이스가 없으면 팀 마운드 전체가 흔들린다. 선발진 빈 자리 하나를 메워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불펜 운영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워진다. 에이스가 없어도 성적을 잘 유지하는 팀은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고 전력이 탄탄하다는 얘기가 된다.
2013년과 2015년, 더스틴 니퍼트가 빠져 있는 동안 유희관과 허준혁을 발견했던 두산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올 시즌은 NC가 그렇다. 에릭 해커가 빠진 상태로도 연승 가도를 달렸다. 해커는 지난해 31경기에 선발 등판해 19승(5패)을 올렸다. 204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무시무시한 에이스였다. 올해도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8경기에서 6승 1패, 평균자책점 2.61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해커가 없는 사이 선발로 투입된 정수민이 그 자리를 잘 메웠다. 선발 6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했다.
정수민은 지난달 19일 고척 넥센전에서 5⅓이닝 1실점, 이달 1일 마산 두산전에서 5⅓이닝 무실점, 7일 마산 넥센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각각 호투했다. NC는 해커의 부재로 인해 언제든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 한 명을 검증한 셈이다.
롯데는 송승준의 빈 자리를 채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송승준은 2010년 이후 국내 선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다. 5년 연속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켰다. 그래서 올해의 장기 이탈은 더 예상과 대처가 어렵다.
롯데는 송승준이 2군에 머무는 사이 이성민, 김원중, 박진형, 이명우를 선발 투수로 내보냈다. 이성민은 선발 6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11.00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3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김원중은 2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2.0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가장 제 몫을 한 투수는 박진형이다. 최근 5경기에 연속 선발 등판하면서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다. 송승준이 돌아와도 선발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 박진형/ 롯데자이언츠. 사진출처= 롯데 자이언츠 ]
선발 5경기 성적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5.40.
단 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명우는 최근 2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38을 기록했다.
에스밀 로저스가 빠진 한화는 대체 선발 성적을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너무 많은 투수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올해 한 경기라도 선발 등판한 한화 투수는 김민우, 김용주, 김재영, 로저스, 알렉스 마에스트리, 박정진, 송신영, 송은범, 송창식, 심수창, 안영명, 윤규진, 이태양, 장민재까지 총 14명이다.
이 가운데 오로지 선발로만 등판한 투수는 로저스, 송은범, 이태양까지 단 3명. 반대로 선발 등판 경기수가 3회 이하인 투수는 7명, 단 1회만 선발 등판한 투수는 4명이다.
로저스의 공백기에 가장 꾸준하게 선발 투수로 기용된 선수는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윤규진이다. 올 시즌 22경기 가운데 최근 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선발 경기 성적은 6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6.75이다. 다른 투수들도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다.
올 시즌 한화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은 6.81로 여전히 10개 구단 최하위다. 1위 두산(3.79)과 3.02점 차, 9위 삼성(5.80)과 1.01점 차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