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발견의 기쁨엔 주인공 박도경 역을 맡은 에릭도 포함이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맘이 타고 있잖아요”처럼 느끼한 대사를 읊던 그가 ‘또 오해영’에선 여심을 제대로 저격하는 ‘츤데레’ 도경으로 변신한 덕분. 아닌 척, 관심 없는 척 서현진(오해영)을 챙기던 에릭은 요즘 로맨틱 코미디에 딱 들어맞는 맞춤 로코킹이다.
종영 직후 만난 에릭은 박도경이 현실 세계로 살아 돌아온 듯 똑 닮아 있었다. 여러 기자들 앞에서 다소 낯을 가리는 모습이나, 역할을 설명할 땐 냉정해지는 눈빛, 때때로 보여주는 특유의 달콤한 미소까지.
에릭과 박도경이 무척이나 겹쳐보이는 건 그가 아직 ‘또 오해영’을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 1회 방송으로 100회 하고 싶었다”며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또 오해영’ 이후 다른 작품을 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박도경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또 오해영’을 자신의 인생드라마라 칭했다.
-키스신들이 다 화제가 됐다. “초반에 8-9회까지 키스신이 없는 대본은 처음이다. 이전 드라마들은 거의 1-2회에 키스신이 있었는데, 이번 대본엔 키스신이 8회에서야 나오더라. 읽을 때는 재밌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부담스럽고 걱정됐다. 그만큼 읽을 때 임팩트가 컸으니까 그 대본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 그 와중에 허정민과 허영지의 키스신이 너무 세게 나갔더라. 감독님이 '얘넨 이렇게 했다. 너희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다. 벽키스 촬영은 NG없이 한 번에 갔다. 벽키스신을 찍고 나니 이후 키스신은 조금 더 편해졌다. 벽키스신으로 매를 세게 맞고 나니 그 다음 키스신부터는 보여지는 모습의 디테일보다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다.“
-마지막 키스신이 인상적이었다. “키스신을 몇 번 하다보니 큰 설정만 이야기 해주면 우리 둘이 알아서 했다. 처음엔 합의를 미리 했는데 마지막 키스신은 간단히만 이야기하고 그냥 연기했다. 지문에는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격정적으로 키스를 한다’고 돼있었다. 그때쯤부턴 감독님과 작가님이 우리에게 맡겼다.”
-극 중 역할인 박도경과 에릭은 닮은 점이 있나. “박도경은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무언갈 감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처가 많아서 상처 받기 싫어하고. 소리 없이 사라져버린 아버지 때문에 트라우마가 컸는데,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결혼식 당일 사라져버리니 더 큰 트라우마가 된 거다. 그래서 감정불구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도 어느 정도 박도경 같은 면이 있다. 연예계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친하게 지낼만 하면 사라지고, 마음 터놓을 만하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결국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는 멤버들밖에 없더라. 이후 사람을 만날 때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 않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박도경과 맞닿아 있다. 또 난 멤버들이 없을 땐 낯을 가린다. 그런 부분도 도경과 비슷한 점이다. 작업할 때 깐깐해지는 점도 비슷하다. 멤버들과 녹음할 때 깐깐해지는 편이라 (김)동완이가 날 싫어한다.”
-신화 멤버들이 드라마 모니터링도 해줬나. “원랜 (이)민우만 열심히 봐줬는데 이번엔 모두 봐줬다. 우리 세트장이 ‘소년 24’ 녹화하는 세트장과 가깝다. 촬영하다 시간 날 땐 ‘소년 24’ 세트장에 가서 민우랑 (신)혜성이 보고 오기도 했다. 세트 마지막 촬영 날에도 ‘소년 24’ 촬영하고 있기에 현진이와 인사도 시켜줬다. 처음엔 현진이가 긴장을 많이 했는데 사실 혜성이가 더 긴장하더라. 혜성이가 현진이에게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면서 180도 폴더 인사를 했다.” -드라마 종영을 특히 아쉬워하는 것 같다. “드라마가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제 이 사람들과 못 보고, 방송을 못 본다는 아쉬움이 크다. ‘딴 작품 빨리 못할 것 같다’고 쫑파티 때에 다들 이야기했다. 나는 지금껏 작품을 하면서 ‘또 오해영’처럼 합이 잘 맞는 배우들과 이렇게 좋은 현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사고도 없이 현장에서 웃으면서, 시청률도 좋을 수가 있나. 인생작 하나 갖기가 쉽지 않은데, 딱 떨어지는 게 나왔다. 이제 이 이후로는 ‘또 오해영’보다 못할 텐데라는 생각에 많이 아쉽다.”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극 중 감정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질 것 같다. “촬영할 때는 계속 봐야 하고, 이야기 나눌 일들이 있다. 그러나 작품이 끝나고 나면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자주 보기 쉽진 않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좋았던 현장과 사람들과도 조금씩 멀어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에릭이 요즘 가장 흥미로워하는 일은 무엇인가. “요즘 가장 흥미로운 일은 ‘또 오해영’ 보는 거였다. 이제 월요일, 화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아직 스페셜 방송이 남았으니 어떤 비하인드 장면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 2주 정도 5일씩 밤을 새면서 촬영한 적이 있다. 그 때 현진이가 큐 사인이 들어갔는데도 잠이 들어 옹알이를 했다더라. 눈도 못 뜨고 ‘냠냠냠’. 비하인드에 이 장면이 꼭 좀 나왔으면 좋겠다.”
-신화의 에릭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올해 말 신화 앨범이 나온다. 연말까지 한국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3월까진 아시아 투어가 있다.”
-도전해 보고픈 캐릭터가 있나.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상 액션이나 느와르는 힘들 것 같다. 그런 장르를 일주일 내에 찍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앞으로 신화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해야 할텐데, 감정적인 표현이 많은 작품을 많이 할 것 같다, 결국엔 로코다,”
-로코 상대역으로 만나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이번에 같이 했던 현진이랑 불새를 같이 했던 ‘늑대’, ‘무적의 낙하산 요원’을 함께 했던 한지민 씨랑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또 오해영’을 촬영하면서 모든 캐릭터가 골고루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앞으로도 시청자들과 많이 만날 텐데, 계속해서 배우들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나와 함께 작업한 친구들이 더 응원하고 싶고,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함께 일했던 모든 좋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