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커뮤니티에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말 중 일부에 ‘야구는 양준혁처럼,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팬들 사이 조롱의 뜻으로 담긴 의미였으나 NC다이노스 이적 후 여전히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는 현재는 긍정적인 의미가 다분하다.
메이저리그로 그 범위를 확장해 본다면 이 농담은 금방 그 의미가 퇴색돼 버릴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야구, 인생 모두 한 사람에게로 그 의미가 집중된다. 뉴욕 양키스의 황태자이자 유격수의 전설인 데릭 지터 이야기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데릭 지터는 뉴욕 양키스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이듬해인 1996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자리에 오른다. 2000년 한해에만 올스타전MVP, 월드시리즈MVP, 베이브루스상을 연거푸 수상했으며 2003년 양키스의 주장을 맡은 이래 다섯 번의 골든글러브와 네 번의 실버슬러거를 석권, 양키스의 레전드이자 미국이 사랑하는 야구선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야구는 데릭 지터처럼’이라는 수식어 외에도 ‘인생은 데릭 지터처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하다. 데릭 지터는 성적만큼이나 그가 뿌린 숱한 염문설로도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전부 다 소개할 수는 없고, 그의 결혼 발표를 맞아 경력만큼이나 화려했던 데릭 지터의 뮤즈들은 누구였는지 굵직한 인물들만 추려보았다.
데릭 지터와의 스캔들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머라이어 캐리는 데릭 지터와 염문이 퍼진 첫 셀럽이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약 1년간의 짧은 연애 기간 동안 이들은 뜨거운 사랑을 나눴으며 가십에 굶주린 매체들의 좋은 기삿감이 되기도 했다.
2004년 만난, 헐리웃을 대표하는 미녀 배우 제시카 알바와도 그리 길지는 않은 연인 관계를 보냈다. 이 시즌 데릭 지터는 전반기에 36타수 1안타라는 부진의 늪에 빠졌는데, 그해 7월 1일 보스턴과 연장까지 가는 승부에서 트롯 닉슨의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타구를 잡아내면서 관중석으로 돌진,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아웃카운트를 올려 ‘올해의 플레이’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2008년부터 데릭 지터와 인연을 맺은 민카 켈리는 국내 팬들에게 낮은 인지도로 생소하지만, 데릭 지터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여배우다. 그간 열애설 부정으로 일관했던 데릭 지터는 공개 연애를 선언하고, 2010년 1월 신년 휴가 때 그를 위해 중남미의 섬을 통째로 빌리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데릭 지터의 연인들 중 가장 유력한 배우자 후보로 꼽혔으나 더 이상의 관계 진전은 없었다.
2013년부터 만남을 시작해 결혼에 골인한 한나 데이비스는 1990년생으로 데릭 지터와는 무려 16살이나 연하인 수영복 모델 출신 셀럽이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수영복 특집으로 스타덤에 오른 한나 데이비스는 데릭 지터의 연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렸다.
이밖에 스칼렛 요한슨, 아드리아나 리마, 타이라 뱅크스, 제시카 비엘 등 많은 셀럽들이 데릭 지터의 뮤즈로 거쳐갔으며, 일반인들과의 만남도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그의 뮤즈를 헤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데릭 지터는 ‘11월의 사나이’라 불릴 정도로 큰 경기의 결정적 순간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었고, 약물 파동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을 만큼 훌륭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야구도, 인생도 데릭 지터’라는 말을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