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방송사의 작품에 유독 연이어 출연하며 출퇴근 도장을 찍는 배우들을 일컬어 '공무원 배우'라고 부른다. 최근 눈에 띄는 '공무원 배우'들은 하석진·김지석·이기우다. 이들은 tvN 전담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석진은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연극이 끝나고 난 뒤'와 9월 방송 예정인 '혼술남녀'까지 모두 tvN 작품에서만 활동 중이다. 김지석은 2012년 작 '로맨스가 필요해2'부터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또 오해영'까지 이미 오랫동안 근무해온 tvN 공무원이다. 이기우도 '꽃할배 수사대' '프렌즈in마카오' '기억' '바벨250' 등 최근 2년간 tvN 작품에만 출연했다. 한 방송사에만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의 속사정과 장단점을 알아봤다.
▶ '공무원 배우' 왜 생길까
캐스팅은 의외로 매우 사적인 과정을 거쳐 성사될 때가 많다. 소수의 캐스팅 디렉터나 PD, 배우들 사이의 친분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익숙한 배우들을 매번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하는 경향이 있다. 눈높이를 높여 캐스팅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최후의 수단으로 친분 있는 몇몇 배우들에게 출연을 부탁하는 일도 잦다. 작품의 결과가 좋았을 경우, 방송사와 제작사 측에서 전작에서 함께한 배우와 다시 작업하길 원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여러 번 호흡을 맞추다 보면 어느샌가 특정 방송사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공무원 배우가 탄생하게 된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작품을 만드는 일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개인적인 친분과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 캐스팅 난항을 겪을 때 거절하지 않을 듯한 친한 배우에게 제안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정기적으로 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톱스타가 아닌 이상 자주 불러 주는 제작진에게 더욱 충성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 케이블 공무원 배우, 젊은 이미지 플러스
하석진·김지석·이기우 등과 같이 케이블 공무원이 되면 좋은 점은 많다. 젊은 팬층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이미지 쇄신을 노릴 수 있다. 케이블 드라마의 타깃 시청자 연령층은 지상파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비해 젊기 때문에 배우에게도 젊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지상파 일일극을 하는 것 보다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아직 결혼하지 않은 배우에겐 플러스다. 트렌디한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면 반응도 더 좋다. 인터넷상에서 10~20대 시청자들이 즉각 피드백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 콘텐트가 주목 받고 있는 분위기라 케이블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도 나쁘지 않다. 방송관계자는 "최근엔 케이블 드라마에도 톱스타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다. tvN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가 이제 더 이상 B급 이미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 매번 같은 얼굴, 낮아지는 기대감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배우에게 특정 방송사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생기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다른 방송사에서 찾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또, 주말극이나 케이블 드라마에만 잇따라 출연하는 공무원 배우라면 향후 연기 변신을 하기도 힘들다. 주말극 혹은 케이블 전담 배우로 굳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주말극에 출연한 후 작품이 잘 되니 자꾸만 특정 방송사 주말극에 캐스팅된다. 불러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지만,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주말극 배우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특정 방송사 반복 출연은 시청자의 기대감을 낮추기도 한다. 다른 작품 다른 역할을 맡아도 자주 봤던 얼굴이기에 신선함이 덜하다. 어떤 톤의 연기를 할지도 예상 가능하다. 방송 관계자는 "그 배우가 또 같은 방송사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떨어지더라. 다른 역할로 출연한다지만 이상하게 이미지 소비가 심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