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제기됐던 국민체육진흥투표권 수탁 사업자인 ㈜케이토토의 내부 비리가 확인됐다. 프로야구가 승부 조작과 불법 스포츠베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때다. 이런 상황에서 합법 스포츠베팅 사업을 수탁한 케이토토에서 부정과 조작이 빚어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올해 7월 4일부터 22일까지 19일 동안 케이토토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케이토토노동조합은 공단에 내부 비리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공단은 인원 12명을 투입해 13개 주요 항목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주주와 경영진의 비위 사실이 확인됐고, 운영 전반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일간스포츠는 공단의 감사 결과 요약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토토는 주주 측 특정 인사와 고문·자문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계약서 등 서류 등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문서 번호가 없는 문서도 있었다. 직원 인터뷰 등을 통해 공단은 해당 자문계약을 업무와 무관한 비용으로 판단했다. 노조 측은 고문계약서 작성 시점이 조작됐으며, 계약서 내용에 없는 법인차량 비용 대납과 공용법인카드 무단 사용 등 배임·횡령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와 관계없는 인사가 법인카드를 1500만원어치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케이토토 내부 인사도 업무와 무관한 용도로 법인카드를 썼다.
케이토토 현 대표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인 손준철씨다. 손 대표는 취임 이후 모두 다섯 차례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노조는 출장에 회사 외부 인사가 동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입찰과 관련된 향응 제공이 이뤄졌다고 탄원했다. 공단 감사에서는 대표이사 해외 출장 기안과 결과 보고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3자의 동행도 확인됐다.
케이토토는구미스포츠토토여자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노조는 손 대표가 본부장 김 모씨에게 지시해 여자 축구단 격려금 200만원을 마련하라고 한 뒤, 이를 베트남에서 유흥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결과 격려금 200만원은 부적정 비용 집행으로 판단됐다. 해당 금액은 공단이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배임과 횡령을 넘어 경영진과 주주 측 인사가 회사 주요 사업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게 노조의 탄원 핵심이다. 베팅업계 관계자는 "토토 사업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면 운영 시스템 입찰과 판매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 과거에도 입찰 당시엔 이런저런 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케이토토가 2015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진행한 여섯 건의 입찰에서 회사 고위 관계자가 특정 업체를 선정하라는 압력이 있었다. 노조는 특정 업체를 선정하라고 지시한 회사 고위 관계자가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단 감사 보고서도 "일부 계약 건 의혹 존재"라는 결론을 냈다. 노조는 또 경영진이 구매팀을 신설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 창구로 활용했다는 탄원을 냈다. 감사 결과 업체 평가위원 선정 기준이 불투명했고, 결재 문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체 선정 평가에 공정성이 모자랐다고 평가했다.
판매점 선정 과정에서도 선정 평가가 부적정했다는 게 감사 결과다. 실제 감사 과정에서 부적정 평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노조는 부적정 평가의 이유를 특정 점주 선정을 위한 경영진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 임원 5명 모두가 14개 판매점 선정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13개 감사 항목 중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현재 케이토토 최대 주주는 지분 60%(540만 주)를 보유한 케이파트너스, 2대 주주는 지분률 23%(210만 주)를 보유한 케이비즈다. 두 회사는 케이토토 고문 H씨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H씨는 2014년 수탁 사업자 입찰 당시 케이토토컨소시엄(웹캐시)의 실질적인 대표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고문직을 맡기 이전까지 케이토토 및 주주사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맡은 적이 없다.
그런데 H씨는 올해 3월 자신의 여의도 사무실에 케이토토내부사설망(VPN)을 설치했고, 케이토토로부터 접속 계정을 부여받았다. 실제 접속 기록도 있다. 영업 비밀 누설 우려가 있는 처사다. 이 문제에 대해 케이토토는 공단 감사팀에 VPN 접근 기록 제출을 거부했고, 여의도 사무실 동행 확인 요청도 거부했다.
H씨는 2016년 7월 1일 케이토토와 월급 1000만원에 1년 자문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2016년이라는 연도에 펜으로 두 줄이 그어져 있고 2015년으로 정정돼 있었다. 노조 측은 공단 감사를 앞두고 계약서가 변조된 정황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공단 감사에서도 '신뢰성 부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단은 8월 중순 감사 결과 최종 보고를 거쳐 9월 케이토토에 조치사항을 통보하고 이행 계획을 요청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 감사에 사법권이 없는 만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검찰에서 감사 자료 제출 요청이 있으면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케이토토 비리 문제는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