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번째 한국영화다. "아예 한국에서 소속사를 찾을까봐요"라며 유쾌한 미소를 짓는 일본 배우. 2014년 '한 여름의 판타지아'(장건재 감독)를 통해 맺은 한국과의 '인연'은 2년 후 '최악의 하루'(김종관 감독) 출연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됐다.
일본 명문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감독을 준비하던 중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인연의 소중함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흡족함을 내비친 이와세 료(35)는 "일본인 캐릭터가 필요한 작품에 내가 일본인이라 그냥 불러주신 것 아닌가 싶다"며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경험으로 인한 적응은 아니다. 딱딱한 상하관계가 없는 한국 영화 촬영 현장에 놀랐고 그래서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는 설명. "'최악의 하루'는 나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한 작품이다"고 말하는 이와세 료의 순진무구한 눈빛과 미소에 거짓은 없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확실히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 것 같다. 감독이 어떻게 편집을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한 장면, 한 장면 감독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정말 기분 좋게 감상했다."
-말없이 골목길을 걷는 신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런 대화 없이 그냥 걷는 일은 연기로 표현할 땐 굉장히 어렵다. 배우이기 때문에 걸을 때도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 심지어 '이렇게 걷는게 맞나. 내가 원래 이렇게 걸었나' 싶을 때도 있다. 아름답게 잘 찍힌 것 같아 다행이다."
-하루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의미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감독님이 '네 스스로를 연기해라'라는 말을 해 줬다. 그냥 그대로 있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근데 난 그런 느낌을 연기하기 위한 의식을 또 했던 것 같다.(웃음) 새로운 경험이었다. 영화 속 설정은 내 일상과 닮아있지 않지만 순간 순간 내비치는 감정은 어느 정도 닮아 있어 점점 빠져들었다."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가장 인상 깊었나.
"지금 딱 생각하는 장면은 처음 만난 여자에게 '커피 한 잔 할까요?'라고 말하는 신이었다. 그게 너무 어려웠다. 어떤 상황이든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자체가 잘 이해가 가지 않더라. 대사도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다. 엄청 긴장했고 엄청 여러 번 찍었다."
-함께 연기한 한예리는 어땠나.
"정말 털털하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배우였다. 나에게 말도 잘 걸어줬다.(웃음) 촬영 대기 시간에 보면 우리가 아무래도 거리에서 찍다 보니까 지나가는 분들이 말을 걸 때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벽이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녹아드는 모습과 또 연기하는 모습에 계속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본인이 기억하는 최악의 하루는 언제인가.
"어렵다. 생각나면 말해도 되겠나.(이 질문에 이와세 료는 무려 30분을 고민. 인터뷰 말미 대답했다.) 초등학생 때였나? 어릴 땐 무모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나. 자전거를 타는데 일어서서 타다가 손까지 놓고 탈 수 있을까 싶더라. 손을 뗐는데 당연히 어마어마하게 굴렀고 다리에 상처가 나 피가 철철 흘렀다. 그 때 동네 개가 오더니 내 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 짖었다. 엄청 무서웠던 그 때 생각이 난다. 물론 이보다 더 최악인 날도 있었지만 감추고 싶은 비밀이 누구나 있지 않나. 공개할 수 있는 에피소드 중에는 가장 최악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