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발탁에 대해 10개 구단 단장들의 의견을 들었다. 프로야구단 단장은 대표이사 사장 다음 직위로 KBO 실행위원회 구성원이다. 단장들의 의견은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10개 구단 단장 중 8명이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류' 의견은 2명. 발탁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수도권 구단의 A단장은 "올해 프로야구가 여러 사건사고를 겪었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포함된 해외원정 도박 사건에 승부조작과 금지약물 복용 적발도 있었다. 공연음란죄 사건도 있었다. A단장은 "KBO가 클린베이스볼을 천명한 이상 그에 맞는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본다"며 "오승환 개인에게도 아픔이 컸을 것이다.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전력 타격도 클 것이다. 하지만 겪어야 할 아픔이라면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구단 B단장도 클린베이스볼 정책을 거론하며 "대표팀 전력 향상을 위해 불법도박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선수를 발탁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C단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선수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오승환은 올해 1월 KBO로부터 '복귀조건부 징계'를 받았다. KBO리그에 복귀할 경우 시즌의 절반을 뛰지 못한다. WBC는 KBO리그 구단 소속으로 뛰는 대회가 아니다. 이때문에 대표팀 발탁은 징계와는 무관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발탁 반대 의사를 밝힌 D단장은 "징계를 대표팀 활동까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도권 구단 E단장은 "KBO 징계가 끝났다면 참가에 하지가 없다. 하지만 징계가 끝나지 않았다"며 "윤리적인 면에서 오승환이 발탁된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단장은 "이미 징계를 받은 선수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G단장은 "정서적으로도 대표팀 합류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수도권 구단 H단장은 약간 다른 이유로 발탁에 반대했다. 그는 "오승환은 이미 충분히 국위선양을 한 선수"라며 "올시즌 미국에서 너무 많이 던지기도 했다. 국가를 위해 다시 한 번 짐을 지라고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미 한국, 일본, 미국 프로야구에서 많은 것을 보여준 선수다. 후배들에게도 태극마크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류' 의견을 낸 지방구단 I단장은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징계 관련 문제가 있지만 김인식 감독도 그 점까지 충분히 고려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J단장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