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만식의 연기력이 또 빛을 발했다.
개봉 후 압도적인 스코어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에서 정만식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정만식은 곽도원(김차인) 검사 아래에서 거친 수사 방식을 자랑하는 검찰수사관 도창학 캐릭터로 분했다.
도창학은 황정민(박성배)와 곽도원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우성(한도경)의 약점을 틀어쥐고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 누구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더욱 눈길을 모은다.
협박과 조롱은 물론, 필요에 의해서는 직접적인 폭력도 마다하지 않지만 누가 시켜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도창학은 그래서 더 섬뜩하고 무섭다.
왜 어떻게 검찰사무관이 됐고, 그렇게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서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한 인물이 또 도창학이다.
공권력의 악랄함이 어디까지인지 직접 피해를 가하는 도창학은 그것이 얼만큼 잘못된 일인 줄 모르고 밥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하는 가해자인 동시에, 그러한 공권력 아래 완벽 적응한 또 다른 피해자다.
그리고 특별한 기싸움 없이, 계산없이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도창학을 정만식은 묵묵히 소화해 내며 자신 만의 도창학을 만들어냈다. 때론 굉장히 정의로운 듯 보이지만 말없이 눈빛 만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표정은 정만식의 장기이자 최적화 된 연기력이다.
특히 정만식은 당초 '아수라'에 김원해가 맡은 마약중독자 역할로 캐스팅 돼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이 여러 번 교체되는 과정에서 검찰수사관으로 서열(?)이 상승, 5명의 악인에 속하며'아수라' 지옥도 퍼즐을 완성시켰다.
김성수 감독은 정만식의 위협적인 포스에 반색하며 "도창학은 정의로운 수사관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법을 자행하는 인물로도 보인다"며 "정만식이 가진 남자다움과 비겁한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은 남성적 이미지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아주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아수라' 개봉 전 정만식은 공식석상에서 도창학과 닮은 듯 또 다른, 매력적인 실제 성격을 엿보이게 해 영화 속 그가 펼친 연기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비주얼을 떠나 정우성보다 어린 나이를 이용해 꼬박꼬박 정우성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정우성에게 무자비한 린치를 가하는 장면을 걱정하며 "시켜서 했다. 정우성은 구겨놔도 정우성이더라. 국보 다루듯, 고려 청자 다루듯 아꼈다"는 센스 넘치는 임담을 뽐낸 것.
'아수라'에 대해서도 "겁이 날 정도로 센 작품이었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읽으면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말 매력적인 영화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만식이라는 배우의 필요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며 농도짙은 '아수라'를 색다른 매력을 뽐낸 정만식은 최근 차기작으로 영화 '대장 김창수'와 드라마 JTBC '맨투맨' 출연을 확정지었다. 쉼없이 달리는 거침없는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