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류승완 주고 김기덕 받은 '류승범 거래' 성공


-류승범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난 현장에서 늘 시간에 쫓긴다. 오전 7시에 모이면 밥 먹고 8시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하루에 10신 정도를 찍어야 하는데 내가 잠을 자야 해서 밤을 새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촬영할 때 엄청 빠른 속도로 찍는다.

어느 날 승범 씨가 그러더라. '감독님. 내가 잘해보려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감독님이 하라는대로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 본인의 실화가 투영됐다고.

"김영민 안에 내가 있다. 우리 아버지도 6.25 전쟁에 참전했고 포로가 돼 총알 4발을 맞으셨다. 고문도 엄청 당해서 평생 병상에만 계시다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봤고 아버지의 분노와 공포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됐다. 그래서 아버지를 늘 두려워 했다."

-아버지로 인해 복수심과 적대감도 커지던가?

"아버지는 한 인간으로서 자기 꿈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빨갱이, 빨갱이' 입에 달고 사셨지. '빨갱이는 절대 믿지 말라고 당신이 받은 고통을 우리에게 각인 시켜줬다. '수취인불명'을 보면 마당에서 시체가 나오는 장면이 있지 않나. 실제 우리 집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적대감이 커지면서 해병대에 갔고 빨갱이는 정말 죽여야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다. 제대하고 감독이 되면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극중 등장하는 인형에서 영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의도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소품팀에서 여러 디자인을 보여줬는데 그 인형이 귀여웠고 선택했더니 우연찮게도 영어로 된 동요가 나오더라.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봤다. 한국 사회는 미국과는 연결짓지 않고는 살 수 없고 영향권 안에 있는 것도 맞으니까. 입체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중국 간첩 서류조작이나 죽음 등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인가.

"빌려오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진짜 그대로 갖고 오기에는 어려운 지점도 있었다. 진짜 간첩을 찾기 위해 애쓴 분들도 있지만 지나친 애국심과 성과주의에 빠져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시절이 있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간첩 소재를 등장시켰다."

-명동신은 너무 현실적이라 무섭기도 했다.

"그 동안 영화를 하면서 명동 촬영분량이 4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엔 곳곳에 쇼핑센터가 만들어졌지만 과거엔 화신백화점 등 메인 거리가 있었다. 뭐 지금도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명동이라고 하니까. 그 곳에 가면 엑스트라 없이도 찍을 수 있어 좋다."

-류승범을 다 알아보지 않았을까?

"일부 엑스트라들이 류승범을 둘러싸게 해서 찍었다. 상업적인 장소를 보지 않으려 하지만 트릭에 의해 결국 눈을 뜬다. 찍을 때도 너무 슬펐고 편집할 때도 슬펐다. 자기 의지대로 살아온 사람을 옆에서 괜히 건드리는 것 아니냐. 외부 체재에 대한 공포는 지금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욕이 사라진 에피소드를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초반에는 건강하게 정사를 한 후 떠나지만 남한과 북한에서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은 후에는 발기가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삶의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식탐과 성욕, 수면욕은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근데 잠도 못자고 음식도 잘 못먹고 아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다. 정신적 죽음 이후 육체도 폐허가 된 상태, 철저하게 짓밟히면 사람도 장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뷰 ③로 이어집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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