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올림픽보다 국내 대회가 더 힘들어요."(기보배) "한국은 역시 양궁 강국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됩니다."(김우진)
리우올림픽을 지배한 '양궁의 신'들이 결승 문턱도 밟지 못하고 우수수 떨어졌다. "양국 강국인 한국에서는 올림픽보다 전국체전에서 메달 따기가 더 힘들다"던 푸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12일 충청남도 홍성 홍주종합경기장에서는 제97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양궁 남녀 일반부 개인전 16강이 열렸다. 장혜진(29·LH)·기보배(28·광주시청)·구본찬(23·현대제철)·김우진(24·청주시청) 등 지난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전종목 석권의 신화를 쓴 선수들은 16강을 넘지 못하고 체전을 마무리했다. 리우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혜진과 구본찬은 지난 10일 각각 32강전과 개인전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고배를 마셨다. 16강 진출에 성공한 기보배와 김우진은 12일 오전 경기에서 패하며 8강전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홍주종합경기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하나같이 쑥스럽게 웃었다. 리우의 스타들이 전국체전에서는 몽땅 탈락하는 어색한 상황을 맞았기 때문.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정부와 소속팀 등의 각종 행사 등에 참여하느라 충분하게 훈련을 하지 못한 탓이 컸다.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틈틈이 훈련을 한 점을 고려하면, 다들 경기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비록 개인전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지난 8~9일 열린 거리별 기록 경기에서는 구본찬이 일반부 남자 90m에서 금메달과 30m 동메달, 김우진이 30m 은메달, 기보배가 여자 60m 은메달, 최미선이 대학부 여자 7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보배는 "전국체전에서 일찌감치 떨어진 것도 무척 오랜만이에요. 4년 연속 4강에 들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16강에서 떨어졌네요. 경기 뒤 리우 멤버들이 만나 다들 멋쩍게 웃기만 했어요"라고 전했다.
양궁 강국인 한국의 실력을 느낀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 각지의 양궁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활시위를 당겼다. 하나같이 진중하고 매서운 솜씨가 있었다. 구본찬은 "사방이 메달리스트들이에요. '이 정도면 금메달이다' 생각하고 만족한 순간, 툭 하고 더 쏜 선수가 계속 나오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김우진은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새삼 느끼고 있어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떨어질 수 있는 곳이 전국체전입니다. 올림픽 선발전이나 전국체전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과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갈고 닦는 계기로 삼고 있다. 김우진은 "밑에서 좋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또 선배들도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에요.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보배는 "올림픽보다 체전이나 대표 선발전이 더 무섭고 힘들다는 걸 매년 체감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달 20일 부터는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가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보조경기장과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개최된다. 내년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다. '양궁의 신'들이 본격적으로 몰두할 대회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11월까지 대회가 있어요. 거의 막바지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다시 집중하겠습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구본찬은 "16강부터는 선수들이 등장할 때 리프트를 탄다고 하더라. 전국체전에선 32강전에서 떨어졌는데 정몽구배에선 리프트만이라도 꼭 타보고 싶다"고 며 호쾌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