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60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정든 필드와 눈물로 작별했다.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박세리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18번홀 그린에서 은퇴식을 갖고 지난 25년 골프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식장은 눈물바다였다. 박세리는 본인은 물론이고 '영원한 스승'이자 아버지 박준철씨, 그리고 '세리키즈'의 후배, 팬들까지 모두 눈물을 뿌렸다.
은퇴식에는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비롯해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박인비(28·KB금융그룹), 야구 선수 출신 선동렬(53)과 박찬호(43)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내년 2월 둘째 출산을 앞둔 박지은(37)은 큰딸(지유)를 데리고 참석했다.
박세리는 경기를 마친 뒤 팬이었던 임시캐디와 먼저 포옹한 뒤 오랜 시간 아버지를 안고 눈물을 쏟았다. 가수 손승연이 '상록수'를 헌창하면서 LED 전광판에 '1998년 US여자오픈 당시 맨발의 해저드 샷 장면'이 나오자 박세리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다.
박세리는 "우승을 했을 때보다 오늘 더 기뻤다. 1번홀부터 눈물이 나왔고, 18번홀에서는 내내 울었다. 이렇게 큰 축복을 받고 떠나게 돼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은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오늘 아침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연습을 하고 1번홀로 이동할 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니 느낌이 달랐다. 아, 오늘은 정말 다르구나.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서 그때서야 느껴졌다"며 "마지막 18번홀에서는 티샷을 못할 정도로 감정이 북받쳤다. 이렇게 많은 감정이 있을 줄 몰랐다"고 했다.
박세리는 또 아버지에 대해 "긴 포옹을 하면서 아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과 똑같았다. 아버지는 나의 심장같은 분이셨다"며 "덕분에 내가 이렇게 잘 성장했고, 친구이자 애인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이후 석 달 만에 클럽을 잡은 박세리는 1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9개로 8오버파(80타)를 기록했다. 그의 마지막 18번홀에서 퍼팅은 파퍼트였다. 출전 선수 78명 가운데 최하위인 공동 76위로 경기를 마친 박세리는 기권했다. 그래도 팬들은 "나는 당신의 영원한 팬이에요"라고 응원했다. 팬들은 "'사랑해요 Se Ri'"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 수건을 흔들었다.
한편 재미동포 앨리슨 리(21)가 7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첫날 동반 라운드를 한 박성현(23·넵스)과 전인지(22·하이트)는 나란히 이븐파 공동 30위에 자리했다. JTBC GOLF가 14~16일 대회 2~4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