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 포수 정상호(34)는 준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팀 후배이자 주전 포수 유강남(24)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외에 특별한 조언은 없었다. 그리고 3차전에서 유강남은 경기 MVP가 됐다.
유강남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선발 포수로 출장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허프와 배터리 호흡을 가장 많이 이룬 포수"라며 기용 이유를 전했다. 이미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부터 예고했다. 유강남은 와일드카드결정전(WC) 1차전에서도 선발 투수로 나서 허프의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끌었다.
정규시즌 367⅔이닝 출장에 그친 베테랑 정상호는 포스트시즌 들어 관록을 다시 보여줬다. WC 2차전과 준PO 1차전에서 16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끌었다. 타석에서도 6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유강남을 믿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LG의 안방은 '더블 포스트' 체제다. 정상호도 "허프와의 호흡은 유강남이 더 좋았다. 분명 잘 해낼 것"이라고 했다.
유강남은 준PO 3차전 공격과 수비 모두 가장 돋보이는 선수였다. 경기 초반 허프의 무실점 행진을 이끌었다. 유강남은 허프의 빠른 공이 다소 높이 제구되자 체인지업 승부를 유도했다. 2구 연속 같은 구종과 코스로 사인을 내서 상대 허를 찌르기도 했다.
특히 투구 수가 많아지는 승부에서 빛을 발했다. LG 배터리는 직구 3~4개를 보여준 뒤, 연속 체인지업 구사해 재미를 봤다. 이날 승부처에서도 그랬다. 2-1 한 점 차 리드로 맞이한 7회 초, 허프는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이택근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았지만 앞선 승부에서 우전 안타를 맞은 김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강남은 4구까지 직구 사인을 냈고, 볼카운트가 불리한 3-1에서도 체인지업 2개를 연속 던지게 해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LG는 7회 수비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이어진 공격에서 2득점을 추가하며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공격에서는 0-0 균형이 이어지던 4회 말 2사 2루에서 결승 2점 홈런을 날렸다. 정규시즌 때는 홈런을 쳐도 "포수에겐 투수 리드가 더 중요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유강남이다.
그랬던 그가 이 타구가 잠실구장 외야 왼쪽 스탠드로 날아가자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으며 뛰었다. 경기 뒤 유강남은 "첫 타석에서 2사 1·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실투성 슬라이더였다. 그리고 마음을 비웠다. 공이 존에 들어오면 후회 없이 배트를 돌리자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향한 의구심도 지워냈다. "나를 믿고, 동료를 믿고 후회 없이 경기를 하자"는 배포도 생겼다. 유강남의 가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