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통신원은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이다.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한국인 축구단 ACTS29 FC대표를 맡고 있고 E&C이사를 겸임 중이다. 자연스럽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리는 축구장을 즐겨 찾는다. 'BE Story'는 'Behind EPL'의 약자로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전해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슬로베니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나라다. 동쪽으로는 헝가리, 서쪽으로는 이탈리아, 남쪽으로는 크로아티아 그리고 북쪽으로는 오스트리아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축구도 유럽에서는 변방국가로 치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작은 항구도시이자 관광도시인 코페르 지역은 거주하는 한국인이 없다. 하지만 이 곳에서 꿈을 키우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있다. 슬로베니아 1부리그에서 6위인 FC코페르에서 뛰고 있는 박인혁과 2부리그 3위인 NK안카란에서 뛰고 있는 박동현이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이 곳에서 연습경기 도중 우연히 만나 가끔씩 만나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며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박인혁은 95년생이며 올림픽대표 출신이다. 그는 영등포공고시절부터 연령별대표를 거쳤다. 대학교 1학년때인 2015년 6월 독일분데스리가의 호펜하임과 계약을 할만큼 유망주였다. 입단하자마자 2부리그팀인 FSV프랑크푸르트로 임대되어 한 시즌을 뛰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 슬로베니아 FC코페르에서 뛰고 있다.
그는 슬로베니아로 온 이유에 대해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시즌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임대가 끝난 후에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슬로베니아리그의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경기장도 작고 팬들도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해서 조금 더 나은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생긴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독일에서 뛰어 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역시 올림픽과 관련이 있다. “올림픽 최종선발전에 열린 4개국 친선대회 온두라스전에서 동점골을 넣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쉬웠던 순간 역시 올림픽 최종선발에서 탈락했을때다"라고 얘기한 박인혁은 "그래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던 거다. 바로 인정했고 동료들을 응원했다"고 얘기했다.
태극마크를 달아본 기억은 그에게 좋은 자극으로 남았다. 박인혁은 “이곳에 온 이상 꼭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옆에서 함께 얘기를 듣던 박동현은 내심 박인혁이 부러운 듯 했다. 96년생으로 박인혁보다 한 살 어린 박동현은 예원예술대를 자퇴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무작정 유럽축구에 도전한 패기 넘치는 선수다. 2016년 1월 오스트리아5부리그 팀에 입단해 6개월을 뛰고 이번 시즌부터 NK앙카란에서 뛰고 있다.
박동현은 “지금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다만 구단 상황 때문에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서 경제적인 부분이 힘들다. 내가 주장해서 이 곳에 왔는데 부모님께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이 너무 죄송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런 박동현을 버티게 하는 건 축구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다. 박동현은 “이 곳 2부리그는 용병이 팀당 1명 밖에 뛸 수 없는 만큼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해 좋은 모습을 보여서 1부리그에서 뛰고 싶다"며 "지금 소망은 같은 지역에 있는 1부리그팀이자 (박)인혁이 형이 있는 FC코페르에서 뛰는 것”이라고 전했다.
태극마크까지 달아본 박인혁과 열정뿐인 무명의 선수 박동현은 밟아온 길이 판이하게 다르다. 꾸는 꿈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모습은 비슷하다. 외로운 그 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좋은 모습으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