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PO) 관전 지점 중 한 가지는 한 때 같은 유니폼은 입었던 '젊은 포수' 김태군(27·NC)과 유강남(25·LG)의 대결이다. 특히 유강남은 선배이자 그늘에 가려져 있던 김태군을 상대로 전의를 높이고 있다. 김태군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지의 상징'. 강팀으로 올라선 NC를 대표하는 안방마님이다. 이제는 포스트시즌 경험도 풍부하다. 유강남은 지난 2년 동안 LG의 주전 포수로 올라선 신예.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의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고, 준PO 3차전에서 선제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공격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두 포수는 지난 2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서로를 견제했다. LG 입단 3년 선후배인 이들은 김태군이 NC로 이적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굳이 상대를 향해 경쟁심을 드러낸 쪽은 유강남. 상대보다 잘해야하는 이유가 명확했다. 그는 "김태군 선배도 김정민 배터리 코치님의 제자 아닌가. 평소 NC전이면 김 코치님은 찾아서 '오늘 타석에서 (유)강남이를 농락해 보겠다'고 한다더라. 내가 NC전에서 칼을 가는 이유다"며 사연 섞인 투지를 드러냈다. 김태군은 "유강남이 내 얼굴을 보면 더 집중이 된다더라"며 여유 있게 받아쳤다.
물론 포수 임무에 더 충실한다. 유강남은 허프의 호투를 이끈 '분석 공부'에 대해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NC 타자들에 대한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는 전력 분석 파트의 도움을 받아 NC 타선을 잘 막아냈는데, 올 시즌 전반기에는 내 쪽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 포인트를 다시 정립해서 후반기에 나섰다"며 전반기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유독 베테랑 타자들이 많은 타선 공략법은 '정공'을 들었다. 그는 "경험이 많지 않은 타자들은 전략을 역으로 하다가 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미 정립이 돼 있는 타자들은 분석대로 상대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올 시즌 기량 향상을 보인 도루 저지 능력도 한껏 발휘할 각오다. LG가 박빙 상황에서 나오는 상대의 도루를 막기 위해 FA 포수 정상호를 영입했을 정도로 유강남의 도루 저지율은 낮았다. 1할(0.194)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0.381까지 높였다. 유강남은 "박민우가 출루하면 배터리가 애를 먹는다. 팀 투수들이 퀵모션이 좋으니 나는 그저 베이스 위에 정확히 공을 던진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미디어데이 '첫 경험'을 치른 유강남은 행사 시작 전까지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정작 조명이 켜지니 선배 이동현보다 당당한 자세로 팀을 대표했다. 이제 어엿한 팀의 안방마님이다. 이미 준PO에서 손맛을 본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깜짝포'를 기대받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이 "누가 됐든 어떤 시점에서 의외의 한 방이 나오는 지가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LG는 2년 전 맞붙은 NC와의 준PO에서 최경철의 '깜짝포'로 기선을 제압한 뒤 3승 1패로 시리즈를 가져갔다. 공·수 키플레이어 유강남이 이번 시리즈에선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