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숙원사업인 면세점 유치를 위해 잇따라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대거 유치 전략과 교통난 개선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이번에는 코엑스 일대 관광 인프라와 콘텐트 개발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탈락한 후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신세계면세점·HDC신라면세점 등 강남지역을 면세점 입지로 내세운 업체들과의 자존심을 건 입찰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역사회 300억원 투자+이익 환원
26일 현대백화점 면세점 법인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은 강남구청·한국무역협회 등과 ‘강남구 관광 발전 및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면세점은 이들 지자체·관광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으로 강남지역 "6대 관광인프라 및 6대 관광 콘텐트 개발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관광인프라 개발지원을 위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정문 앞 광장에 한류 스타를 테마로 한 1000㎡(303평) 규모의 "강남돌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이돌을 활용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포토존도 마련할 예정이다.
압구정동에서 청담동까지 대형 연예기획사가 밀집된 지역에 조성된 "한류 스타거리"(1.08㎞)를 강남구청과 협의해 현대면세점이 들어서는 무역센터점(2.9㎞ 거리)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코엑스 일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 콘텐트 개발지원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국내 유명 아티스트와 한류스타 등을 초청해 연간 3~4회 정도의 "한류스타 슈퍼 콘서트"(가칭)를 열고 사인회와 팬미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강남구청과 연계해 헬리콥터 나이트 시티 투어, 유람선 한강 투어 등 새로운 개념의 "강남 투어 프로그램" 개발도 시도한다. 강남지역 야경 소개와 선릉·봉은사 등 도심 속 전통문화 투어 등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 관광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별도로 지역복지재단인 강남복지재단과 함께 불우아동 장학금 지원·빈곤 독거노인 생계비 지원·한부모 및 다문화 가정 생계비 지원 등 사회적 배려대상에 대한 기부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현대면세점 공격 행보 이유는
현대면세점은 지난 4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 1만4005㎡에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만든다는 기획안을 바탕으로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유커(중국인 관광객) 200만명 유치 전략과 교통난 개선 대책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경쟁 면세점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현대면세점의 공격 행보에 대해 경쟁 업체와 달리 "면세점 운영 경험"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쟁업체 가운데 SK네트웍스의 경우 워커힐 면세점이 문을 닫긴 했지만 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고, 롯데나 신세계, HDC신라 등은 현재 면세 사업을 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경영능력"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한 차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며 "두 번의 실패를 막기 위해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면세점은 후보군 중 "재무건전성" 평가 항목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동비율을 제외한 자기자본비율·이자보상배율·부채비율 등 3개 항목에서 후보기업 중 가장 우수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면세점의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5.6%다. 기업이 갖고 있는 자본 중 부채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인 부채비율 역시 현대백화점이 52.3%로 가장 안정적이다. 또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지불한 이자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도 현대백화점은 93.2배를 나타냈다. 회사채기준 신용등급 역시 AA+로 후보 군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숙원사업이 면세점을 향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않다"며 "현대면세점의 경우 백화점 운영을 통해 유통 노하우가 충분히 쌓여있는데다 현금이 많아 면세점 사업에 진출시 성공을 점치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현대면세점을 포함해 호텔롯데(롯데면세점)·SK네트웍스(워커힐)·신세계디에프·HDC신라면세점 등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오는 12월 3곳의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능력(300점)·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주변 환경요소(150점)·중소기업 등 경제 및 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 평가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