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가 쏘아 올린 '공'은 어마어마했고 결국 대통령까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신뢰감 높았던 언론인들의 명암도 갈렸다.
특히 MBC 선후배에서 나란히 종편에 터를 잡은 JTBC 손석희 사장과 MBN 김주하 앵커는 이번 사건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극과 극 반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손석희 사장과 김주하 앵커는 MBC에 몸 담았던 시절부터 남녀 언론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유명세를 떨쳤다. 손석희 사장은 25년간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며 냉철한 시각과 뚝심있는 발언으로 '신뢰의 아이콘'이 됐다. 김주하 앵커 역시 '여자 손석희'라 불리며 여대생들이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 1위로 선망의 대상으로 추앙 받았다.
MBC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언론인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 손석희 사장과 김주하 앵커는 끊임없는 비교 대상이 됐고 이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주목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예측못한 '종편행'을 택하며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
손석희 사장은 2013년 보도부문 '전권'을 갖고 JTBC 이적을 택했다. 종편의 설립 의도와 신문사가 차리는 방송국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던 대중들은 손석희 사장의 이적에 의아함을 표한 것이 사실.
하지만 손석희 사장은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지켰고 'JTBC 뉴스룸'을 JTBC 대표 프로그램으로 성장시켰다. JTBC는 2015년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로 거듭났고, 손석희 사장은 2016년 일간스포츠 창간 47주년 특집 파워피플 선호도 조사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김주하 앵커가 2015년 MBN 이적을 결정지었을 땐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손석희 앵커와 종편의 쌍두마차로 떠오르지 않겠냐는 의견도 상당했다. 하지만 김주하 앵커는 존재감과 전문성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최순실 사건'으로 그간 쌓아올렸던 공든탑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뉴스룸은 24일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단독 보도를 연일 터뜨렸다. 특히 최순실이 사용했던 것으로 유력한 태블릿 PC를 찾아내면서 온 국민이 주목을 이끌었다.
이에 '뉴스룸' 시청률은 26일과 27일 이틀간 상승 곡선을 그렸고 전국 유료가구 기준 26일 8.085%, 27일 8.5%라는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지상파를 압도했다. 동 시간대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나 SBS '8시뉴스'가 각각 4.8%, 4.2%의 시청률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뉴스룸'의 가치는 상상 이상인 것.
하지만 김주하 앵커는 '3분 브리핑'으로 대중들의 집단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주하 앵커는 26일 방송된 MBN '뉴스8' 뉴스초점 코너를 통해 '최순실 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내용으로 3분간 앵커 브리핑을 진행했다. 주 내용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최순실에게 "빨리 돌아와 그간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져라"라는 것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몰아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
화룡점정은 "국민을 대신해 김주하가 전합니다"라는 마지막 멘트. 김주하 앵커가 국민들의 뜻을 대신 전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정작 국민들의 의중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국민'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면서 비난의 불씨를 지폈다.
한 사건을 통해 손석희 사장과 김주하 앵커의 명암은 갈렸다. 두 언론인으로 인해 방송사에 대한 신뢰도 역시 달라졌다. '간판'이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무겁고 또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