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의 신임 사령탑이 된 조진호(43) 전 상주 상무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안정적인 상주 상무 감독직을 내려놓고 다시 거친 벌판에 나왔지만 후회는 느껴지지 않았다. 조 감독은 27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남들이 '부산에서 연봉을 무척 많이 주나 보다'고 하더라. 부산은 K리그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가능성이 큰 팀이다. 사명감을 갖고 도전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부산은 지난 25일 조진호 감독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산이 품고 싶은 바로 그런 수장감이었다. 조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 대전 시티즌 등 다양한 팀에서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4년에는 대전을 이끌면서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승격의 목표를 이뤘다. 2016시즌에는 군 팀인 상주를 클래식 무대 6위에 안착시켰다. 상주가 상위 스플릿에 성공한 것은 창단 이후 처음이다.
조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도 사령탑으로 임명하는 데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알려진다. 서글서글하고 긍정적인 인품의 조 감독은 다양한 팀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로 현장에서 선수들과 수평적인 소통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산의 구단주인 정몽규(54) 대한축구협회장은 "팀을 잘 만들어 달라"며 각별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실 K리그 팬들을 진짜 놀라게 한 것은 '남부러울 것 없는' 조 감독의 선택이었다. 올 시즌 상주에서 큰 성과를 거둔 그가 구태여 2부리그로 내려올 이유는 없었다. 프로스포츠단 감독 중에서는 수년 이상 경찰청 등 군부대 팀에 머무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고용이 안정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상주는 내년 시즌 좋은 자원의 입대를 앞두고 있어 1부리그 잔류가 유력하다.
조 감독은 "가장으로 왜 편안한 길을 택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부산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일군 전북 현대처럼 명문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안고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 부산행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주변에서 '도대체 부산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주기에 가냐'고 하더라.(웃음) 그렇지 않다. 뭐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봉 계약도 마찬가지다. 상주는 매년 좋은 자원이 입대하는 구조라 나 역시 (감독직을 내려놓기 전) 고민이 있었다. 상주에서 6강을 이루는 등 내가 지도자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무엇보다 클래식으로 승격하고 싶은 의지와 도전 정신이 강했다."
- 실패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당장 무조건 1등을 해야 하니까. 그러나 두렵지 않다. 누구나 삶에 실패라는 것은 뒤따르기 마련 아닌가.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일에서 반전을 일구고 싶었다. 상주에 그대로 있어도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많은 견제가 들어올 것이고 부담은 마찬가지다. 하늘의 뜻에 맡기지 않고 내가 가진 능력을 전부 부산에 쏟아붓겠다. 부산은 수원, 서울, 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는 팀이다."
- 조진호의 부산은 어떤 색깔로 채워지나. "공격적이고 힘 있는, 임팩트가 강한 축구다. 두 골을 내준다면 세 골로 되갚는 박진감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FA컵 결승 1차전을 보니 빠르고 박진감이 있더라. 경기에서 지더라도 부산 팬들이 이해할 수 있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축구를 할 것이다. 기선 제압을 하지 않으면 위축될 수 있다. 대전 시절에도 공격적으로 했기에 승격이 가능했다. 수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다. 배운 것들을 부산에 풀 수 있을 것 같다. "대전에서 승격의 꿈을 이루고 이듬해 성적 부진으로 중도에 그만둔 아픔이 있다. 그때 배운 것이 많다. 부산에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1위와 승격이다. 그 이후 클래식 무대에서 2부리그로 내려오지 않고 안정적으로 남아 경쟁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지금부터 미리 팀을 리빌딩하고 좋은 자원을 영입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 부산의 승격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부산의 전력이 최근 몇 년 사이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부산이 2부리그로 내려간 뒤 여러 주축 선수들을 다른 팀에 내줬다. 지킬 선수는 지키고 서로 잘 맞는 선수들로 구성해 보려고 한다. 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큰 틀을 제시하고 이끄는 것은 내 일이지만 경기에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선수들의 능력이니까. 부산의 간판선수인 임상협(28)은 상주에서도 함께했는데 좋은 활약을 보였다. 나와 함께 승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임해 주었으면 좋겠다. 임상협을 잡아 달라고 구단에 요청할 생각이다. 챌린지에서는 아드리아(29)노 같은 공격적인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 선수를 찾는 게 우선이다."
- 사명감을 느끼나. "부산은 기업이 모기업인 구단으로,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의 축구단이다. 지금은 야구에 밀려 있지만 다시 클래식으로 승격하고 부산다운 축구를 한다면 팬들도 경기장을 찾아 주리라 믿는다."
- 10년 뒤 꿈은 무엇인가. "전북 현대의 ACL 우승을 중계로 지켜봤다. 최강희(57) 감독님께서 어려웠던 팀을 맡으신 뒤 10여 년간의 분투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셨다. 그 장면을 보면서 '부산을 전북처럼 만들고 싶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대표팀 감독 등을 꼽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꿈은 부산을 더 발전시켜 명문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