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번째로 군 입대 예정 선수가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지명됐다. 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려는 의지다.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두산은 삼성과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포수 이흥련을 지명했다. 삼성조차 놀란 선택이다. 이흥련은 올 시즌을 끝으로 경찰 야구단 입대가 예정돼 있었다. 삼성이 팀 내 넘버2 포수인 이흥련을 제외한 이유다. 두산은 전역 후인 2018년 9월에나 이흥련을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두산의 선택은 '현명했다'는 평가다. 경찰 야구단은 '포수 양성 학교'로 불린다. KBO 리그 정상급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두산)도 경찰 야구단에서 기량이 향상됐다. '포수 왕국'으로 불리는 두산도 2년 뒤엔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서른 살을 넘긴 양의지의 백업 선수도 필요하다. 주전 포수와 전력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 두산은 미래를 대비했다. 애써 즉시 전력감을 찾지 않았다.
이전에도 군 입대 예정 선수를 지명한 사례가 네 번 있었다. LG는 2011년 넥센과 계약한 이택근의 보상선수로 경찰 야구단 입단을 앞둔 투수 윤지웅을 지목했다. 그는 1군 데뷔 첫해던 2011년 56경기(28⅔이닝)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4.08를 기록했다. 미래가 기대되는 좌완 투수였다.
2013년엔 KIA가 한화와 계약을 맺은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신인 포수 한승택을 지명했다. 자질을 인정받은 선수지만 KIA 입장에선 당장 전력에 도움을 줄 선수가 필요했다. KIA는 2013년 정규 시즌서 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전이던 김상훈의 노쇠를 대비해야 했다. 이홍구, 백용환의 성장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봤다. KIA는 2014년에도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상무 입단이 예정된 투수 임기영을 영입했다. 삼성도 같은 해 권혁을 내주며 보상선수로 포수 김민수를 선택했다.
이 중 2명은 성공적인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윤지웅은 2014년부터 LG 좌완 계투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내년 시즌에도 진해수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역한 한승택은 10월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올 시즌 포수 중 가장 많이 출전한 이홍구를 제치고 엔트리에 포함됐다. 블로킹과 송구, 투수 리드 면 모두에서 눈에 띄는 경기력을 보였다.
물론, 즉시 전력 선수를 영입해 성공한 사례도 많다. 올 시즌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에 입단한 최승준이 대표적이다. 19홈런을 기록하며 보상선수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2012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김승회도 팀의 마무리 투수까지 맡으며 활약했다.
하지만 이런 영입의 경우 선수 나이는 대부분 적지 않다. 이미 내리막길에 있거나 오랜 시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가 많다. 제 역량을 발휘할 시간이 길지 않다. 팀 상황에 따라 영입 방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즉시 전력보다 기다림을 선택한 구단이 웃고 있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