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올 시즌 야수진과 불펜진 리빌딩에 성공했다. 프렌차이즈 스타 이병규의 은퇴를 감수하면서도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을 꾀했다. 마무리 투수 임정우와 셋업맨 김지용도 새 보직에 안착했다.
반면 선발진은 상대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왼손 베테랑 봉중근은 선발 전환에 실패했고, 오른손 사이드암 우규민은 부진을 겪었다. 그래서 빈자리가 생겼다. 군 제대 선수 임찬규와 지난해 kt에서 영입한 유망주 이준형이 번갈아 기회를 얻었다. 가능성을 보여 줬다. 하지만 자리를 꿰찰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5일에는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가 쓰였다. 지난 4시즌 동안 선발진을 지킨 우규민이 삼성과 FA(프리에이전트) 계약(4년·65억)을 했다. 선수의 눈높이와 구단이 평가한 가치에 차이가 있었다. 우규민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 수를 올렸다. '꾸준한 기량'을 인정받은 투수다. 올해는 6승(11패)에 그치며 예년보다 부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가치는 여전히 높았다.
우규민의 이적으로 젊은 선발투수 발굴이 LG의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확실한 선발투수는 외인 선수 2명과 류제국, 3명뿐이다. 양상문 감독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FA 왼손 투수 차우찬의 영입이다. 이미 접촉했고, 금액도 제시했다. 차우찬은 해외 진출과 원소속 구단 삼성 잔류 그리고 LG 이적을 두고 고려 중이다. 돈의 논리로 전망하면 역대 최고액 제시를 선언한 삼성이 유리해 보인다. LG에선 FA 보상금 부담도 있다.
LG 구단은 차우찬이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뒤에나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여러 가능성이 살아 있다. 영입 노력과 무관하게 내년 시즌을 대비해야 한다. 어차피 차우찬을 영입해도 선발진 한 자리는 채워야 한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젊은 투수 성장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시즌 중 한계를 확인한 임찬규는 일찌감치 캠프 참가가 결정됐다. 강상수 LG 투수코치는 "임찬규는 내년 시즌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한 시즌 동안 훈련 내용을 재정립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1군 경험이 적은 유재유·김대현·천원석 등 20대 초반 투수들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이들은 이상훈 코치가 지휘하는 '피칭아카데미' 1회 졸업생이다. 유재유는 올해 한 차례 선발 등판도 했다. 양 감독도 "이들은 LG 마운드의 미래다"고 했다.
즉시 전력감으론 사회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우완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이 꼽힌다. 양 감독이 직접 "기대하고 있는 선수"라고 언급했다. 2010년 신인지명회의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신정락은 데뷔 3년 차인 2013년 21경기에 선발로 나서 7승을 거뒀다. 우규민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이기 때문에 선발 유형의 다양성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신정락은 "선발진 후보로 언급되는 건 감사한 일이다. 내년 시즌에는 기복을 줄여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전했다.
후보군을 좁히고 시즌에 돌입하면 꾸준히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LG는 후반기 5선발 후보 2명을 한 경기에 내보내는 투수 운용을 했다. 공백을 메울 수 있었지만 선수는 적응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롯데는 리그 8위에 머물며 실패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젊은 투수 박진형에게 14번 선발 기회를 주며 내년 시즌을 대비했다. 그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