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kt는 지난 10일 외국인 타자 조니 모넬(30)의 영입을 발표했다. 눈길을 끈 것은 몸값이다. 외국인 선수 투자에 인색한 편이었던 kt는 모넬을 총액 90만 달러(약 10억5000만원)에 데려왔다. 구단 역사상 외국인 선수 최고액(종전 돈 로치 85만 달러)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통산 35경기, 타율 0.161에 불과한 모넬은 단숨에 100만 달러 가까운 몸값의 선수가 됐다. 그가 2015년 뉴욕 메츠에서 받은 연봉은 20만2445달러(약 2억4000만원)였다.
구단 간 경쟁이 몸값을 올렸다. kt의 영입 발표가 있기 전 미국 현지에선 "NC가 전 뉴욕 메츠 포수 모넬의 영입을 진행 중이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가 메이저리그로 유턴한 뒤 NC는 외국인 타자를 물색 중이었고, 모넬이 레이더에 걸렸다.
NC 관계자는 "모넬이 우선순위에 있었던 외국인 타자인 건 맞다"고 말했다. NC행이 유력했던 모넬은 kt가 협상 막판에 베팅 금액을 올리면서 마음을 바꿨다. kt 관계자는 "NC와 마지막까지 영입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kt와 NC의 경쟁은 모넬의 몸값을 올린 결정적 이유가 됐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이 영입한 앤서니 레나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3일 삼성과 계약한 레나도의 계약 총액은 무려 105만 달러(약 12억2000만원)다. 2014년 1월 1차 이사회에서 외국인 선수의 참가 활동 보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합의한 뒤 '100만 달러' 외국인 선수는 속속 나왔다. 규정 변경 후 찰리 쉬렉(전 NC), 더스틴 니퍼트(두산), 에스밀 로저스(전 한화) 등이 연봉 1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하지만 계약 첫해 구단 발표액 기준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선수는 지난해 헥토르 노에시(KIA·170만 달러) 정도다. 그만큼 레나도의 연봉은 높다.
레나도의 몸값을 올린 것도 '경쟁'이다. 원소속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레나도를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kt와 삼성이 관심을 보였다. 이미 두 구단은 로치(kt) 영입전 때 한차례 정면 승부를 펼쳤다. 그 결과 팀 외국인 투수 역사상 최고액(종전 슈가 레이 마리몬 60만 달러)인 85만 달러를 쓴 kt가 유니폼을 입혔다. 삼성은 레나도를 영입하기 위해 금액을 높였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kt와 경쟁에선 승리했지만 과다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 선수를 담당하는 A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시장에서 영입 가능한 마땅한 선수가 없다. 올 시즌은 특히 더하다"고 말했다. B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부족하니 구단들의 영입전이 불가피하다.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KBO 리그 구단이 뽑는 외국인 선수 수준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요구 기량 수준이 올라가면 선수 풀은 좁아진다. 여기에 이 급의 선수 영입에는 일본 구단과 경쟁이라는 변수도 있다. 그러나 구단 간 과열 경쟁이 몸값 상승을 부추기기도 한다. 한 메이저리그 소식통은 "지난해 한화 로저스는 몸값 총액이 300만 달러였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