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홈런, 도루, 삼진, 볼넷, 실책 등 여러 기록 항목에 가중치를 둔 뒤 시즌 총점을 누적하는 '카스포인트(40%)'를 기본으로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성행하는 팬터지 베이스볼과 유사하다. 여기에 전문가로 이뤄진 선정위원회 점수(10%)와 네이튼 현장 투표(50%)를 합산해 수상자를 가린다. 통계적 정량 평가에 전문가의 관점, 그리고 팬 참여가 어우러진 방식이다. 여기에 팀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역동적인 장면과 감동적인 모습을 선정하는 카스모멘트 부문을 따로 시상한다.
올해 '카스포인트 어워즈'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시작부터 유쾌했다 .
두산 유희관은 현역 프로야구 투수 중 최고의 입담을 자랑한다. 그는 올해 시상식에서 오프닝 MC로 등장했다. 유희관은 자신을 "카스포인트 홍보대사"라고 소개하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든 뒤 진행자 3명을 멋들어지게 소개했다.
시상식과 함께 토크쇼가 열렸다. 카스포인트 투타 베스트3와 카스모멘트 베스트3에, 공로상을 받은 11명이 진행자와 함께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압권은 공로상을 받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었다. 박지영 MBC SPORTS+ 아나운서가 "올해 월드시리즈 진출 팀을 맞췄다. 촉이 좋다"고 말하자 오승환은 "예민한 질문을 하신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박 아나운서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감이 좋은가"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오승환은 "투수들은 감이 많아야 한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예비 신랑이자 박건우의 매형이 되는 장원준(두산)은 박건우에게 영상 편지를 남겼다. 그는 "누나를 소개시켜 줘서 고맙다"며 "선후배 사이에서 이젠 가족이 됐다. 형이 관리를 할 테니 내년 시즌부터 긴장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가장 큰 박수가 쏟아진 건 위주빈(내동중) 학생이 시구상을 받을 때였다. 위주빈군은 초등학교 재학 중이던 2013년 육종암(팔다리뼈, 근육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 판정을 받고 학업과 야구를 중단했다. 그러나 항암 치료를 무사히 마친 뒤 다시 야구에 전념하고 있다. 10월 21일 마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 시구자로 나서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다. 어머니와 함께 무대에 오른 위주빈군은 "힘들 때 NC 구단이 시구 기회를 줘서 감사했다. 맡은 일을 성실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카스모멘트 베스트3'는 한일 통산 600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삼성)과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도 송구를 시도한 정재훈(두산),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승을 따낸 황덕균(넥센)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올해의 카스모멘트'는 이승엽이 차지했다.
이승엽은 9월 14일 대구 한화전에서 2회 이재우의 공을 공략해 솔로 아치를 그렸다. 일본(2004~2011년)에서 159홈런을 기록했던 이승엽은 KBO 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441개로 늘림과 동시에 한일 통산 600홈런 금자탑을 세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600홈런 이상을 친 타자는 8명, 일본 프로야구에는 2명뿐이다. 더불어 통산 2000안타 대기록과 통산 타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KBO 리그 역사의 여러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승엽은 "정말 감사하다. 팬 여러분의 투표로 받은 상이라 더 의미 있다"며 "(이 상은) 후배들이 받을 상이라고 생각한다. 황덕균 선수는 15년 만에 첫 승 올렸다. 어린 꿈나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또한 정재훈은 팔을 다치면서도 투혼을 발휘했는데, 내년 시즌 꼭 재기에 성공해서 이 자리에 섰으면 좋겠다. 상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카스포인트 타자 베스트3에 오른 최형우는 경쟁자 김태균(한화), 김재환, 장원준(이상 두산)을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KBO 리그 최고 타자에 등극한 최형우는 올해 카스포인트 4933점을 획득해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138경기에 출장해 타율 0.376·31홈런·144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장타율(0.651)과 출루율(0.464)를 합친 OPS는 1.115에 달했다. 타격과 타점·최다안타(195) 1위를 차지하며 타격 3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최형우는 "3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 기록이 올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아픔을 딛고 달성한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2005년 팀에서 방출됐다. 경찰 야구단에서 절치부심하며 기량을 닦은 그는 2008년 삼성에 재입단했고, 그해 늦깎이 신인왕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최형우는 2011~2014시즌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 활약을 바탕으로 사상 최초로 FA(프리에이전트) 100억원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지난달 24일 KIA와 계약해 내년 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선다.
최형우는 "너무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감사하다"며 "올해 많은 시상식을 다니며 상을 받고 있는데, 마음 한쪽에서 울컥하더라. 힘들던 시절이 생각났다. 내년부터 다시 열심히 뛰라는 의미로 알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을 차지한 최형우는 부상으로 독일 M사의 고급 승용차를 받게 됐다. 그는 "고급 승용차를 줄 거라 생각지 못했다"며 입을 '떡'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