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축구는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의 시대다.
메시와 호날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많은 요소 중 핵심은 역시나 '발롱도르(Ballon d'Or)'다. 프랑스어로 '황금빛 공'이라는 뜻의 발롱도르는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는 올해의 축구선수상이다.
1956년에 시작된 이 상은 세계 축구 부문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발롱도르 수상자가 그해 세계 축구의 역사인 것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발롱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FIFA 발롱도르'를 시상했고 2016년 다시 발롱도르로 독립했다.
13일(한국시간) 역대 61번째 발롱도르 수상자가 선정됐다. 호날두였다. 그는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차지했고,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까지 정복했다. 사실상 발롱도르 수상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활약이었다. 역대 4번째 수상이다.
호날두는 "발롱도르 4번째 수상의 꿈이 이뤄져 매우 기쁘다"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유로 우승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롱도르 4회 수상은 역대 2위의 기록이다. 1위는 메시의 5회다. 메시와 호날두가 총 61번의 발롱도르에서 무려 9번이나 수상한 것이다. 발롱도르 역사의 약 15%를 메시와 호날두가 차지한 셈이다.
◇ 세계 축구사에 따라올 자 없다
2008년 호날두는 생애 첫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는 리그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또 리그에서 31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UCL에서도 8골로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 세상은 '호날두의 시대'로 변했다. 바로 다음 해 메시가 첫 발롱도르를 품었다. 메시 역시 리그와 UCL을 동시에 제패하며 '메시의 시대'를 선포했다.
이후 두 선수는 발롱도르를 양분했다. 그 어떤 선수에게도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0년 메시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당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2·바르셀로나)가 2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두 선수가 1, 2위를 나눠 가졌다. 각종 대회의 우승팀은 바르셀로나 혹은 레알 마드리드였고, 득점왕 역시 메시 아니면 호날두였다.
메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최초로 4회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호날두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호날두는 열심히 쫓아갔다. 라이벌에게 4회 연속으로 발롱도르를 내준 뒤 메시가 한 번 받을 동안 세 번을 더 받아 내며 격차를 좁혔다.
메시와 호날두 시대 이전에는 미셸 플라티니(61·프랑스)와 마르코 판 바스턴(52·네덜란드), 고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가 각각 3회씩 수상하며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였다. 메시와 호날두는 이들의 역사를 뛰어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시간마저 남아 있다.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는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메시와 호날두의 수상 횟수를 합한 9회보다 많은 수상을 차지한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메시를 품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총 8번을 배출해 1위를 지키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각각 7번의 수상자를 탄생시켰다.
◇ 펠레와 마라도나는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펠레(76)와 마라도나(56)는 발롱도르를 몇 번 수상했을까.
정답은 '0'번이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황제' 펠레와 '세기의 천재' 마라도나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외다. 이유가 있었다. 발롱도르의 '규정' 때문이었다.
당초 발롱도르는 '유럽 국가의 축구 클럽'에서 활약한 '유럽 국적 선수'들에게만 수상 자격이 주어졌다. 브라질의 펠레와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수상하지 못한 이유다. 발롱도르는 1995년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선수 국적 제한을 폐지했다. 1995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조지 웨아(50)가 비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 수상 영광을 누렸다. 2007년에는 후보 선정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지만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펠레를 위해 FIFA는 2014년 펠레에게 FIFA 발롱도르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에 마라도나가 "펠레가 나보다 먼저 명예 발롱도르를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 FIFA의 큰 실수"라고 불쾌함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만약 자격 제한이 없었다면 펠레와 마라도나는 몇 번 발롱도르를 수상했을까. 프랑스 풋볼은 현재 기준으로 재선정한 발롱도르 특별판을 공개한 바 있다. 펠레는 총 7회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메시를 뛰어넘는 최다 수상이다. 마라도나는 2회 발롱도르를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