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16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호세 바티스타는 소속팀 토론토와 계약 연장과 관련한 협상을 했다.
그 자리에서 바티스타는 소신을 밝혔다. 내용은 총액 1억5천만 달러 이상 다년 계약이었다. 반대로 토론토가 바티스타에 내민 규모는 연평균 2000만 달러에 3년 계약 수준에 그쳤다. 선수와 구단간의 차이가 상당했다. 협상은 난항을 예고했다.
바티스타는 2004년 데뷔 이후 5년 이상을 저니맨으로서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러나 2010시즌 54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왕이 됐고, 토론토와 곧바로 5년 6500만 달러 계약을 했다. 단 1년짜리 활약만 보고 상당한 금액을 제시한 토론토 입장에서도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랐기에 바티스타는 구단의 제안을 수용했다.
바티스타는 계약기간 동안 잔부상이 있었음에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홈런 1위(173)에 올랐다. 타점 8위(458), 출루율 6위(0.393), 장타율 5위(0.540), OPS 5위(0.933) 등 타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토론토가 2016시즌에 대한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바티스타와 토론토가 맺은 첫 계약은 성공적이었다. 바티스타는 성적으로 보답했다. 토론토는 2010년 팀을 떠난 로이 할러데이를 대체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곧바로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바티스타를 중심으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시즌을 앞둔 협상에서 바티스타는 '홈 디스카운트'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동안의 활약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렇다면 구단의 요청을 거절하고 자신의 고집을 이어간 바티스타의 선택은 성공했을까.
아쉽게도 실패였다. 1980년생으로 만 36세 시즌을 치른 바티스타는 잔부상에 시달렸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명단에도 올랐으며 2차례 다녀온 끝에 116경기 출장에 그쳤다. 홈런수도 22개로 타격스타일을 교정한 2010년 이후 가장 적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도 1.4로 토론토 입단 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 흔한 'FA로이드 효과'를 누리는 데 실패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텍사스 내야수 루그네드 오도어와의 벤치 클리어링과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선발투수 라이언 메릿을 향한 조롱 등이 대표적이 사례다.
저조한 성적, 구설수, 많은 나이로 인해 바티스타의 선택지는 더욱 줄어만 갔다. 더구나 토론토로부터 퀄리파잉오퍼까지 받았기 때문에 연평균 2천만 달러와 드래프트 지명권을 써가며 바티스타에게 손을 내밀 구단은 많지 않다. 이미 볼티모어와 텍사스는 공개적으로 바티스타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스토브리그가 최악의 FA시장임에도 바티스타를 대체할 선수는 많이 나온 것도 계약을 더디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바티스타의 경쟁자로 평가 받는 선수들은 에드윈 엔카나시온, 카를로스 벨트란, 켄드리스 모랄레스, 마크 트럼보, 조시 레딕, 미치 모어랜드 등으로 이들은 나이나 가격 면에서 바티스타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선수들이다.
FA 재수도 바티스타가 선택하기엔 쉽지 않은 선택지다. 구단으로부터 충분한 제안을 받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단년 계약 후 대박계약을 노리는 전략인데, 성공케이스도 많지 않다. 금전적인 이득도 그다지 높지는 않은 편이다. 이안 데스몬드는 워싱턴 시절 2014시즌을 앞두고 7년 1억700만 달러 계약을 제안받았으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단칼에 거절했다. 지난 FA 시장에서 홀대를 받은 데스몬드는 텍사스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콜로라도와 5년 7000만 달러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지만 워싱턴으로부터 받은 계약규모와 비교하면 성공이라 보기 어렵다.
나이 문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데스몬드는 바티스타보다 무려 5살이 어리다. FA 재수는 부담이 따른다. 결국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선수다. 만 36세의 나이로 2008년 LA 다저스 이적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FA로이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매니 라미레스는 이후 협상에서 다저스에 최소 4년 최대 6년 계약을 고집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3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라미레스와 다저스의 줄다리기는 해를 넘겨 스프링캠프가 열린 이후인 3월까지 계속됐고 최종승자는 다저스가 됐다.(2년 4500만 달러)
이미 크리스마스 주간이 지난 상황상 바티스타의 계약은 내년으로 미뤄진다. 바티스타에게 야속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자신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속으로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승주(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