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양의 해, 2015년 원숭이 해엔 주목받은 스물네 살짜리 스타가 없었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엔 다르다. 닭띠 구자욱(24·삼성)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KBO 리그의 젊은 타자다.
2년 전 그는 혜성같이 등장했다. 2015년 타율 0.349에 11홈런, 57타점으로 신인왕을 수상했다. 내·외야 5개 포지션을 돌며 팀의 약점을 메웠다. 실력만큼 외모도 스타성을 갖췄다. 2년 차 징크스는 없었다. 지난해엔 중심타자로 발돋움해 타율 0.343에 14홈런, 77타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만족은 없다'는 그는 예년보다 더 빨리 훈련을 시작했다. 11월 말까지 마무리캠프를 소화한 그는 짧은 휴식을 취한 뒤 12월 초부터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허리 부상에서 벗어났다. 아픈 곳은 전혀 없다. 일찍 몸을 만드는 이유는 전지훈련을 좀 더 편안하게 치르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연차로는 야수진 막내급.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팀의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가 잇따라 떠났다. 팀의 상징인 이승엽은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라고 공언했다. 구자욱의 존재감은 이미 팀의 중심에 있다.
- 2016년을 돌아보면. "아쉽다. 첫 번째로 9위에 그친 팀 성적에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들은 매 경기 이기려고 노력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다. 좀 더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내년에는 이기는 경기를 더 많이 보여 드리겠다. 개인 성적에 만족하진 않지만 2015년보다 조금 더 좋아졌다는 점에서 2017년을 기대한다."
- 9월 중순까지 3할6푼대 타율을 기록하며 최형우와 타격왕 경쟁을 펼쳤는데. "(최)형우 형과 경쟁한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목표가 확실하지 않았다. 경기 수가 꽤 남아 있어 타이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욕심내지 않았다. 시즌 막판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게 아쉽다." - 신인왕을 수상한 2015년 연말과 달리 2016년은 조용하게 보냈다. "물론 좋은 성적을 올려 시상식에 참석하면 좋다. 그러나 개인 운동 시간이 부족하더라. 시상식 참석보다 운동이 더 좋다."
- 풀타임 1년 차와 2년 차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약간 여유를 갖게 됐다는 것? 볼카운트 싸움에서 노림수가 좀 생겼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변화구 타이밍인데, 직구가 들어올 수도 있겠다' 등 수비에서도 상대의 작전 시도, 타자별 타구나 번트 방향 등이 좀 더 잘 보였다."
- 구자욱 앞에선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했다. "입단 연도 기준으론 지난해가 5년 차였다. 퓨처스리그에서 많이 갈고닦았기에 1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2년 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퓨처스 선수들도 다 연차가 있는데 '1군 2년 차다'는 말이 다소 불편했다. 꼭 프로야구를 2년밖에 안 했다는 말처럼 들렸다. 3년 동안 퓨처스리그(2012~2014년)에서 많이 고생하다가 올라왔다. 1군이 다르고, 어렵다고 하지만 2군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2군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며 노력한다. 이 부분을 꼭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다."
- 2016시즌 전엔 '지난해 성적을 다시 낼 수 있을까'라고 부담감을 털어놓은 적도 있는데. "그때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2015년에 신인상을 받았고, 신인 연속 안타(23경기) 기록도 세웠다. 그래서 '내년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주축 선수 이탈로 삼성의 올해 성적에 우려의 시선이 따른다.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우리팀엔 좋은 선수들이 많다. 개인적인 부담감은 없다. 지난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물론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내가 잘해서 이기면 더 좋지 않나. 항상 '주축 선수가 돼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2017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되고 목표 의식도 생긴다."
구자욱은 지난해 3번 타순에 가장 많은 425차례 들어섰다. 2015년 주 타순이던 1번 타순은 지난해 68타석에 그쳤다.
- 3번 타순(타율 0.349)은 어떤가. 리드오프(0.305)보다 훨씬 성적이 좋다. "3번 타자가 더 좋다. 누상에 주자도 많고 득점권 타율도 좋았기 때문이다. 차츰 자신감도 생기더라. 타순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항상 중심타선에 머무를 수 있도록 잘하고 싶다."
- 중심타자에겐 장타력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홈런에 대한 생각은. "홈런은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 체중이 85㎏인데, 내 인생 최고 기록이다. 작년 시즌 전에는 80㎏이었는데 시즌 중에 77~78㎏까지 빠지더라. 변화가 있어야 홈런이 나온다. 항상 똑같으면 안 된다. 똑같은 실력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도는 해 봐야 한다. 다만 지금 타격 폼은 홈런 스윙과 거리가 있다. 마무리캠프에선 몸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홈런을 20개 이상 치면 좋겠지만, 원래 홈런 욕심은 없었다."
구자욱은 풀타임 2년 차인 지난해 외국인 투수와 득점권에서 강했다. 외국인 투수 상대 타율은 0.398로 김태균(한화·0.401)에 이은 리그 2위였다. 득점권 타율은 2015년 0.330에서 지난해 0.352로 향상됐다. 장타율은 0.412에서 0.570으로 크게 높아졌다.
- 외국인 투수에게 강한데. "나도 최근에 기사를 보고 알았다. 좋았던 느낌은 있었는데 데이터로 확인하니 기분 좋더라. 외국인 투수들은 아무래도 공격적이지 않나. 나도 적극적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 득점권에선?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볼 배합을 파악하려 한다. 당연히 좋은 공은 안 줄 것이다. 변화구 타이밍과 승부구 상황을 늘 머릿속에 그린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올해가 닭띠 해다. "닭은 새벽부터 운다.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다. 나도 좀 더 일찍 움직여 훈련하고 노력하는 부지런한 선수가 되겠다. 2017년 최다 경기 출장을 기록하는 게 개인 목표다. 그리고 매년 성장하고 싶다. 지난해 147안타, 14홈런, 77타점이 커리어 하이였다. 개인 최고 기록을 조금이라도 더 넘어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