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수 나이 스물네 살엔 메이저리그 출발선 근처에 있거나, 한창 미래에 떠오를 스타로 각광받는 때다. 그들보다 열두 살이 많은 서른여섯 살은 선수 생활의 종반을 향해 달려가는 때다. 정유년 닭의 해에 '닭띠 메이저리거'들을 살펴봤다.
▶ 1993년생- 2017년은 더 밝다
스물네 살 선수들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는 작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젊은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어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 2위에 오른 린도어는 지난해 올스타전 출전, 월드시리즈 준우승과 골드글러브 수상까지 아우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수비 실력은 이미 AL 유격수 중 최고라는 평가다. 그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AL에서 린도어가 날았다면, 내셔널리그(NL)에서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트레이 터너가 날개를 폈다. 터너는 73경기에서 타율 0.342에 13홈런, 도루 33개를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무려 0.937이다. 2016년 중견수로 뛴 터너는 올해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로 돌아간다. 린도어와 달리 유격수 수비에 약점이 있다. 2017년은 그에게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한 선수도 있었다. 시카고 컵스의 카일 슈와버는 올해 정규 시즌 2경기 만에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대로 시즌을 마치는가 싶었던 그였다. 하지만 엄청난 회복력을 보이며 월드시리즈가 열린 10월 말 팀에 복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월드시리즈 다섯 경기에서 슈와버는 타율 0.412를 기록하며 108년 만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슈와버의 기용 여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최대 화제 중 하나였다. 타격 소질은 유망주 시절부터 정평이 났다. 새 시즌 컵스 타선에서 윤활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우완 투수 마이클 풀머는 AL 신인왕의 주인공이었다. 트레이드로 뉴욕 메츠에서 디트로이트로 건너온 그는 작년 선발로 뛰면서 11승7패에 3.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풀머의 옆에는 93년생 동갑내기 다니엘 노리스가 있다.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8을 거둔 그는 풀머와 함께 젊은 선발 원투펀치에 도전한다.
▶ 1993년생- 한발 더 도약을
동년배 선수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에는 두 명이나 있다. 3루수 미겔 사노, 중견수 바이런 벅스턴이다.
사노는 팀 사정 때문에 우익수로 뛰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는 193cm·118kg으로 거구의 소유자다. 넓은 외야를 질주하기에 불리한 신체 조건이다. 수비 부담 탓인지 덩달아 타격 성적도 나빠졌다. 올해는 3루수 트레버 플루프가 방출되면서 3루수와 지명타자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력은 시즌 40홈런을 치고도 남는다. 올해는 실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
사노의 동료 벅스턴은 '자멸'했던 경우다. 메이저리그 데뷔 2년 차인 지난해 8월까지 OPS 0.561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고교 시절 레그킥하던 타격 폼으로 돌아갔다. 9월 복귀 뒤엔 OPS 1.011을 기록하는 반전을 연출했다. 벅스턴에겐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발과 폭발적인 운동신경이 남아 있다. ‘흑인 마이크 트라웃이 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랜스 맥컬러스, 워싱턴 내셔널스의 조 로스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평균자책점은 각각 3.22와 3.43로 준수하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각각 14경기, 19경기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맥컬러스는 휴스턴의 2선발, 로스는 워싱턴의 3선발감으로 꼽힌 재목이었다. 2016년은 아쉬웠지만 새해 이들을 향한 기대는 아직 식지 않았다.
▶1981년생- 황혼기에 접어들다
현역 은퇴 뒤 연금을 받는 동기들이 더 많을 나이다. 하지만 1981년생 타자 세 명의 2016년은 훌륭했다.
벤 조브리스트는 컵스로 이적한 첫해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시리즈 MVP로 뽑히는 최고의 성취를 맛봤다. 201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우승 멤버였던 그는 2년 연속 챔피언 반지를 끼는 행운을 누렸다. ‘슈퍼 유틸리티’로 유명한 그답게 2016년에는 1루수, 2루수, 유격수, 좌익수, 우익수로 종횡무진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해도 포지션을 넘나드는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메츠의 커티스 그랜더슨은 4년 만에 30홈런 고지를 오르며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도 팀의 중견수 자리를 예약해 놨다. 마이크 나폴리의 활약은 더 놀라웠다. 11년 선수 생활 중 가장 많은 34개의 홈런을 치며 클리블랜드의 AL 우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겨울은 다소 춥다. 원소속팀은 그를 대신해 1루수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영입했다. 나폴리는 아직 FA 신분이다.
1981년생 투수들에겐 지난해가 쉽지 않았다. 과거 사이영상의 주인공 제이크 피비, 애덤 웨인라이트는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피비는 5승9패 평균자책점 5.54에 그쳤고, 시즌 중 선발 보직을 박탈당했다. 웨인라이트는 2년 만에 풀타임 선발로 뛰었지만, 평균자책점 4.62는 명성에 한참 못 미친다. 시즌 뒤 FA가 된 피비는 친정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복귀 가능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웨인라이트는 올해 다시 명예 회복에 도전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제임스 쉴즈는 이들보다 처참했다. 왕년의 에이스는 샌디에이고에서 11경기 평균자책점 4.28에 그쳤다. ‘처분’당하다시피 이적한 화이트삭스에선 더 끔찍했다. 평균자책점은 6.77로 치솟았고, 22경기에서 무려 홈런 서른 세 방을 맞았다. 성적 하락세가 워낙 커, 2017년에도 명예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가장 돋보였던 1981년생 투수는 일본 국적의 이와쿠마 히사시였다. 16승12패 평균자책점 4.12로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부진했던 시애틀 매리너스의 1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오프시즌 신체검사 문제로 LA 다저스 이적이 취소되는 시련을 겪었기에 그의 활약은 더 눈부셨다. 시애틀은 타이후안 워커를 트레이드하며 이와쿠마를 향한 신뢰를 보였다.
박기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