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tvN 월화극 '막돼먹은 영애씨15'(이하 '막영애15')에선 김현숙(이영애)의 어리바리 철없는 제부 김혁규로 분했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는 SBS 아침극 '사랑이 오네요'에선 백마 탄 왕자님 나민수였다. 아침엔 왕자님, 저녁엔 철부지다. 신기한 것은, 김혁규와 나민수 두 역할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혁규였을 때의 고세원은 더하 나위 없는 철부지였고, 나민수가 되면 중년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두 작품, 정반대의 캐릭터를 병행하는 것은 고세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가 '사랑이 오네요'를 촬영하며 '막영애15'에도 도전한 건 순전히 '막영애' 시리즈를 향한 애착 때문이다. 그는 2007년부터 '막영애' 시리즈에 참여해온 원년 멤버. 두 드라마 모두 마무리한 고세원은 후련한 표정으로 "몸은 힘들고 피곤했지만, '막영애'의 한 시즌을 또 참여했다는 의미가 더 깊다"고 말했다. -종영 소감은? "지난 시즌동안에는 영애씨의 집에서만 혁규가 등장했다. 이번엔 회사까지 진출하게 돼서 힘든 스케줄이었다. 개인적으론 힘들었지만, 시청자 분들의 많이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보람차게 마지막 촬영을 끝냈다."
-유독 혹평받은 시즌이었다. "물론 이런 말들이 많았다. '막영애'의 색이 없어진 것 같다고. 로맨틱 코미디로만 간다는 말이 많았는데, 10년 동안 진행돼 온 드라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연기 고수들만 모인 촬영 현장이다. "'막영애'를 거쳐간 친구들이 엄청나다. 신인들이 10년동안 방송된 드라마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중간에 투입된 이승준, 라미란, 조덕제 이분들이 주요 캐릭터를 맡아서 끌고 나간다는것 자체가 내공이 엄청나다는 거다. 고수들만 있는 드라마다. 살아남는 거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연기 신경전은 없다. 10년째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이라 눈만 봐도 호흡이 잘 맞는다. 단순히 배우의 능력만을 떠나서, 대본을 10년째 보는 사람들이라 연출이 디렉팅을 하면 뭘 요구하느지 단번에 안다. 밥을 처음 먹기는 힘든데 김치를 처음 먹기는 힘들다. 그런데 김치를 한 번 먹고 나면 쉽지 않나. 그런 것과 같다."
-새 멤버 이수민의 연기는 어땠나. "이수민 뿐 아니라 새 멤버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있었다. 수민씨도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라미란씨의 불꽃 같은 연기도 현장에서 잘 맞추더라."
-'막영애15'와 '사랑이 오네요'는 곧 고세원의 두 얼굴이다. "혁규라는 캐릭터를 10년 해왔다. 어느 정도 정신적으로 힘든 건 있다. '사랑이 오네요'를 찍고 바로 넘어가서 '막영애15'를 찍었다. 극과 극의 캐릭터로 혼란이 올 때도 있다. 하지만 혁규는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내 모습을 많이 반영했다. 나에겐 맞춤 슈트 같다."-스케줄 병행에 대한 고민이 많았겠다. "고민이 아니라 '막영애15' 출연은 이미 결정돼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초에 결정났다. 하지만 이렇게 빡빡할 줄은 몰랐다."
-특유의 '~다규' 말투는 어떻게 탄생했나. "내가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쓰던 말투를 넣은 거다. 그 말투 때문에 이름도 혁규가 된 거고. 감독님이 기획을 하며 인터뷰 후에 실제 연기자와 가까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인터뷰를 하며 '저는 이런 말투도 써요'라고 했더니 신기해하시더라. 친구들이 이 말투에 지분이 있다면서 한번씩 쏘라고도 한다."
-유행어가 있으니 광고를 찍어도 되겠다. "광고 욕심 난다.(웃음) 와규 광고? '고기는 와규라규' 같은 거.(웃음)"
-다음 시즌도 함께할 예정인가. "오늘(인터뷰는 종방연이 예정돼 있던 날 오후 진행됐다.)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안 하는 거다.(웃음) 사실 그건 시청자가 원하면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이닌 것 같다."
-데뷔한 지 20년이 됐다. 2017년 계획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지위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실력이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들도 20주년 콘서트를 한다든지 으미 있는 공연을 하지 않나. 나는 연극 쪽으로, 초심으로 돌아간다. 내공이 고갈돼서 채워넣을 의도이기도 하다. 내공을 다시 채워넣는 작업을 하면서 올해는 대중과 면대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