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박병호(미네소타)와 강정호(피츠버그), 유한준(kt)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현재 몸담고 있는 김민성, 서건창, 김하성도 넥센식 웨이트트레이닝의 힘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효준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도움을 받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넥센 웨이트트레이닝의 방향은 '부상 방지'가 목적이다. 이지풍 넥센 트레이닝코치는 "트레이닝 파트의 업무는 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 치료하는 게 아니라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먼저"라는 철칙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단순히 부상을 막는 차원을 넘어선다. 단단하게 만들어진 근육이 몸 안의 힘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목동구장 시절 리그를 주름잡던 넥센의 장타력은 이 같은 토대 위에서 빛을 발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 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 단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올해 1차 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내야수 이정후(19)에게도 같은 과제가 떨어졌다. 이정후는 한국 야구의 레전드 스타였던 이종범(MBC SPORTS+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공·수·주에 모두 재능이 있지만, 키(185cm)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 단점으로 지적받았다. 올해 입단한 다른 신인 선수들과 함께 겨우내 집중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한 이유다.
벌써 효과를 봤다. 지난해 말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를 떠나던 시점의 체중은 73~74㎏. 지금은 80㎏에 육박한다. 최고 81㎏까지 나왔다. 두 달여 동안 식이요법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6~7㎏을 늘렸다. 이정후는 어떤 과정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 갔을까.
가장 중요한 출발 지점은 '잘 먹는 것'이다. 이 코치는 "베테랑 선수들이 몸을 만들 때는 좀 더 엄격하게 '무엇만 먹으라'고 정해 줬다"며 "그러나 이정후는 어린 선수라 일단 '무엇을 먹지 말라'는 선에서만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에 옮겨야 하느냐는 것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의 리스트도 무척 길다. 이정후는 "우리 또래들이 평소 좋아하는 치킨, 피자, 라면, 빵, 과자, 햄버거, 그리고 인스턴트식품은 모두 먹으면 안 된다"며 "평소에는 먹으라고 해도 잘 안 먹던 음식들인데, 먹지 말라고 하니까 왠지 더 먹고 싶을 때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 모든 금지 식품들 대신 밥을 '양껏' 먹는다. 하루 세끼가 아니라 네다섯끼씩 챙겨 먹는다. 이정후는 "금지된 음식은 이번 겨울 동안 한 번도 먹지 않았다. 밥과 반찬만 먹고 외식은 거의 고기로만 한다"며 "한 번씩 인스턴트 음식이나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꾹 참고 그냥 밥을 먹는다"고 털어 놓았다.
식이 조절만큼 중요한 과정은 특화된 웨이트트레이닝이다. 이 코치는 "기능적인 트레이닝에 집중한다. 야구와 연관된 동작들을 웨이트트레이닝과 연결한다"고 했다. 더 자세하게 표현하자면, "야구에 필요한 동작을 할 때 더 많은 근육이 동시에 작용해서 더 큰 힘을 쓸 수 있는 운동을 하게 한다"는 얘기다.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압축한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에는 운동 시간에 친구들과 장난도 치곤 했다. 지금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오직 운동에만 집중한다"며 "2시간을 훈련하면 그 시간을 꽉 채워서 운동만 한다. 정말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체중을 불리고 있지만, 모든 신인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적정 체중은 선수마다 다르다. 자신이 야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체중을 찾아서 잘 지키면 된다. 이 코치는 "살이 많이 쪄서 입단한 선수들에게도 살을 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 몸무게로 야구를 잘해서 프로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과체중일 때 무릎이나 발목에 하중이 실려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굳이 무리하게 살을 뺄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코치의 지론이다. 불필요한 지방을 근육량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면 된다. 다만 이정후는 입단 당시 프로에서 뛰기에는 너무 마른 편에 속했다. 이 코치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체격으로 만들어야 했다. 프로에서 힘을 제대로 쓰려면 어느 정도는 체중이 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고단한 과정이다. 단순히 몸무게를 늘리는 것은 쉽다. 그러나 체지방이 아닌 근육량을 불리는 것은 어렵다. 이정후 역시 "군살이 아닌 근육을 늘리는 과정이라 정말 힘들다. 운동을 그만큼 많이 해야 하고, 많이 먹는 것도 힘들다"고 고백했다. 이때 몸을 만들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이해하면, 받아들이기가 쉬워진다. 이정후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코치님이 어느 부분이 어떻게 좋아졌는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알려 주신다"며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흥미가 의지를 만든다. 이정후는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체중이 늘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당초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까지 85㎏에 도달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그는 원래 살이 많이 찌는 체질이 아니다. "한창 쑥쑥 올라가더니 요즘은 정체기다. 다시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코치도 이정후의 이런 부분을 칭찬했다. "이정후는 목표 의식 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많다. 자기가 확실하게 훈련의 목적을 알고 재미를 느끼면서 하니 능률도 오른다"며 "뭔가 할당량이 정해졌을 때 꼭 해내려고 애쓰고, 해내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정후는 오전 10시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운동을 시작한다. 정오까지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뒤 모교인 휘문고로 향해 기술 훈련을 마저 한다. 그는 오전 운동을 마치고 야구장을 떠나기 직전, 가방 속에서 찐 고구마를 꺼내 껍질을 벗겼다. 몸에 좋은 간식이다. 고구마는 넥센 선수들이 몸을 만들 때 지겹도록 먹는 음식. 이정후는 "맛있다. 진짜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