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는 지난해 1월 구자용 회장의 사임 뒤 1년 동안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강춘자 수석부회장 체제로 운영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회장 선임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특히 KLPGA는 미숙한 경기 운영은 물론이고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협회의 기강마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KLPGA가 경기위원들의 규정(룰) 위반 사태를 무마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해 9월 26일 영광CC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스 오픈 8차 대회 첫날에 ‘제정(룰) 논란’이 일었다. 14번 홀(파4)에서 A선수와 B선수의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비슷한 곳에 떨어졌다. 왼쪽 도그레그 홀이라 포어캐디가 깃발로 공의 위치를 확인해 줬다. 포어캐디는 둘 다 흰색 깃발을 들었다. 아웃오브바운즈(OB)였다. 둘은 잠정구를 쳐야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A선수는 해저드, B선수는 OB로 각기 다른 제정(룰 판정)을 받았다. 포어캐디가 깃발을 올린대로 둘은 같은 제정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A선수는 예전에도 똑 같은 상황에서 해저드 판정을 받았다며 항의했고, 결국 해저드로 인정 받았다.
반면 B선수는 OB 판정을 믿고 재차 티샷을 한 뒤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향해 다음 샷을 했다. 이 과정에서 B선수는 경기위원이 OB 말뚝 2개를 뽑는 것을 목격하고 항의했다. OB 말뚝이 제거된 터라 B선수도 해저드 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이미 다음 샷을 했기 때문에 안 된다”고 묵살했다.
이 상황에서 2가지 중대한 규정 위반이 일어났다. 같은 상황을 놓고 다른 제정을 내렸다는 것과, 경기 중 OB 말뚝을 뽑은 것이다. 골프 규정 33-2a/19에 따르면 ‘경계 말뚝을 허락 없이 제거하여 경계가 변경된 경우는 (이 같은 변화가 경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그 라운드를 취소하고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OB 말뚝 제거는 라운드 취소까지 가능한 심각한 사안이라는 뜻이다.
경기 운영 책임자인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거짓말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최 위원장은 “코스 세팅을 점검하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 없이 경기위원의 잘못이 맞다. 하지만 말뚝은 코스 관리팀이 제거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당시 영광CC의 코스관리팀장은 “최종 점검은 경기위원들이 하고 그 책임도 그들에게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우리는 코스 접근도 불가하다"며 혀를 찼다. 코스관리팀장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최 경기위원장은 사태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거짓말한 셈이다.
A, B선수와 동반 라운드를 했던 C선수는 “경기위원이 무척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뚝을 뽑는 것을 앞에서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사안에 대한 보고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아 협회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최 위원장은 “A선수의 원구가 도로 위에 떨어져 있어 규제를 받았다. 코스 관리팀이 말뚝 제거한 게 알려지면 해고까지 될 수 있어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거짓 소명했다.
최 경기위원장 본인 입으로 '해고 사유'라고 밝힐 정도로 중대한 사안임에도 협회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난센스다. 협회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남진 협회 사무국장은 “경기위원회를 통해 보고를 받았는데 올바르게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의환 대한골프협회(KGA) 규칙위원장은 “해저드 지역에 OB 말뚝이 있었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다른 제정으로 불이익을 줬기 때문에 이는 경기위원회가 정정해야 했다”고 단언했다.
협회는 이런 심각한 위반이 있었음에도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경기팀장을 또다시 팀장 후보로 버젓이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협회의 작태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