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25·전북 현대)는 단호했다. 7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스포츠 용품 업체 푸마코리아(대표이사·라스무스 홀름)와 후원 협약식에 참석한 김진수는 자신을 향한 세간의 평가에 당당하게 반기를 들었다. 자신은 '실패자'가 아닌 '도전자'라고 강조한 김진수는 전북에서의 활약을 밑거름 삼아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도전하겠다는 야심 찬 꿈을 품었다.
김진수는 2012년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14년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으로 이적했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김진수는 초반 붙박이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율리안 나겔스만(30) 감독이 부임하자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전북의 러브 콜에 응해 K리그에 입성했다.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영입이었지만, 김진수에게는 '유럽에서 실패하고 K리그로 리턴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김진수 본인도 "독일에서의 시간은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많은 분들이 직간접적으로 내가 실패했다고 얘기하시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평가대로 자신이 '실패'해서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진수는 "내게 K리그는 실패가 아닌 도전이다. 경기장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 본다"고 의욕을 보였다.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도전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김진수와 협약식을 맺은 푸마는 자사의 신제품 축구화에 김진수의 이름과 태극마크 등을 새겨 선물했다. K리그에서 뛰게 될 김진수가 반드시 대표팀에 승선해 태극마크를 달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선물이었다.
김진수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돼 나라를 위해 뛴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그동안 대표팀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던 건 지금 당장 K리그와 나 자신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해야 선발되는 것이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는 것을 안다"고 태극마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전북에서 잘하면 대표팀에 당연히 갈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슈틸리케 감독님도 어떤 선수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고 말씀하셨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던 기억도 있어 내게 월드컵 출전은 중요한 문제다. 대표팀에 다시 갈 수 있다면 잘해서 월드컵까지 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마침 전북에는 부활을 꿈꾸는 김진수에게 좋은 롤모델이 돼 줄 선수가 있다. 비슷한 과정을 밟아 K리그 무대에 돌아온 뒤 전북에서 활약해 대표팀 복귀에 성공한 김보경(28)이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데뷔한 김보경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을 일궈 내며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카디프 시티로 이적, 팀의 승격에 기여하는 등 성공적으로 유럽 무대를 시작했다.
그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임대 생활을 반복하다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위건 애슬레틱, 마츠모토 야마가 등을 전전하는 사이 김보경을 향한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전북에서 보란 듯이 부활하며 슈틸리케팀에 다시 발탁돼 활약 중이다.
'실패'했다는 평가를 뒤집고 전북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김보경처럼 김진수 역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