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 리그 가이드북에 등록된 코치는 총 230명. 이 가운데 30%가 짐을 쌌다. KBO가 2월 9일 발표한 2017년 소속 선수 등록 현황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코치는 모두 69명이다. 감독과는 달리 코치는 대개 1년 계약이다. 성적과 팀 상황에 따라 자주 교체된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뒤엔 예년에 비해 훨씬 물갈이 폭이 크다. . ◇ 감독 교체→코치 대이동
올 시즌 교체 폭이 큰 데는 이유가 있다. 코칭스태프의 수장인 감독이 대거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4개 구단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넥센과 삼성, kt가 가장 많은 10명의 코치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 다음으로 SK(9명)다. 네 팀 모두 지난해 연말 사령탑을 교체했다.
정규 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군 류중일 감독이 물러난 삼성은 김성래·김용국·강성우·장태수·양일환·김평호·이종두·이철성·박정환·이우선 코치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창단 때부터 팀을 이끈 조범현 감독이 떠난 kt도 황병일·차명석·이광근·김민재·박계원 코치 등과 2017년 함께하지 않는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이 구단과 불화로 계약 기간 1년을 남겨 두고 떠나자 장정석 운영팀장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강철·손혁·정수성 코치와 퓨처스의 외국인 코치인 아담 도나치와 데럴 마데이와도 결별했다. SK에선 조웅천·김원형·김경기·박진만·김상진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 코치들이 줄줄이 떠났다.
또한 한화(9명)와 NC(8명) 코칭스태프도 변동이 심했다. 그 다음이 LG(5명), KIA·롯데(이상 3명)의 순이었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이 가장 적은 2명의 코치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10개 구단 가운데 코칭스태프가 한 명도 바뀌지 않은 팀은 없다.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
통상 감독이 바뀌면 코치진도 개편된다. 기존에 함께했던, 혹은 자신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코치진을 새롭게 구성하려 한다. 외부 영입된 감독일 경우 코칭스태프 변화 폭이 크다. 내부 승격이라도 젊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 '선배 코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이 그런 경우다. 지난해 시즌 뒤 47세던 김한수 감독을 선임했다. 팀을 떠난 코치 10명 중 8명이 김 감독보다 연상이다. 삼성 구단은 후임 코치로 김상진·정현욱·박진만·강봉규 등 삼성 출신의 젊은 코치를 대거 영입했다. 1군 코칭스태프는 50대에서 40대로 확 젊어졌다. 김 감독은 "새 코치들은 선수들과 소통하고 다가가는 면에서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했다.
김진욱 감독이 이끄는 kt는 퓨처스팀 지휘봉을 인창고 감독이던 이상훈 감독에게 맡겼다. 통상 퓨처스 감독은 베테랑 코치나 차세대 감독 감으로 키우는 프랜차이스즈 스타 출신이 많다. 이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해 10개 구단 퓨처스 감독 중 고교 감독에서 바로 이동한 경우는 없다. 제10구단 kt는 타 구단에 비해 퓨처스팀에 어린 선수가 많다. kt 관계자는 "김진욱 감독이 육성을 우선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김 감독과는 1988~1992년 OB에서 함께 투수로 뛰었다. 여기에 이광길·김용국·강성우·류택현·고영민 최훈재·김형석 코치를 데려왔다.
SK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했다. 그래서 미국인 코치 두 명이 올 시즌 함께한다. 데이브 존 투수코치와 라일 예이츠 퀄리티컨트롤코치(QC코치)다. 여기에 최상덕·정수성·박계원 코치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넥센은 독특하다. 코치 10명과 재계약했지만 추가 영입은 두 명뿐이다. 지난해 등록된 코치는 24명이었는데 올해는 16명으로 10개 구단 중 최소다. 넥센은 감독의 개인 역량보다는 시스템을 통한 육성에 중점을 두는 팀이다. 양이 늘 질을 보장하진 않지만, 코칭스태프 축소는 불안한 징조다.
◇ 코치 인선의 어려움
한화는 코칭스태프 인선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시즌 도중 코칭스태프 1~2군 이동이 가장 많았던 팀이다. 시즌 종료 후엔 쇼다 고조 타격코치, 오키 야스시 배터리코치, 바바 도시후미 작전·주루코치, 김재현 타격코치가 사의를 표하며 팀을 떠났다.
한화는 박종훈 단장-김성근 감독 체제로 올 시즌을 맞는다. 시너지가 날 수도 있지만 '불안한 동거'라는 관측도 있다. 김 감독의 '전권'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구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단은 김 감독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일부 코치들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일부 코치는 구단 주도로 인선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 구단은 일본인 출신 타격코치를 영입하려 애썼다. 이 코치는 이 구단의 일본 마무리캠프를 찾았다. 구단 측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지만 정작 해당 코치는 "계약이 어렵게 됐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국내 코치로 채웠다.
프로야구 선수 수가 많아지면서 코치 자리도 늘 경쟁이다. 이런저런 청탁이 들어온다. 김진욱 kt 감독은 "감독을 맡은 뒤 주변에서 코치 인선과 관련해 많은 부탁이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을 선수들에게 얼마나 잘 다가가고 위해 주느냐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 큰 임무, 전력 강화 기대
코치 자리 경쟁은 늘어났지만 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는 코치는 많지 않다. 이런 코치는 재계약에 실패해도 재취업에 빨리 성공한다.
김평호 코치는 삼성 유니폼을 벗은 뒤 여러 팀의 영입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NC로 팀을 옮겼다. 김 코치는 2005년 삼성 코치를 맡은 뒤 올해까지 유니폼을 세 번 바꿔 입었지만 한 해도 쉬지 않고 코치로 일했다. 주 전공은 주루. KIA에서 삼성으로 복귀한 2014년 이후 3년 연속 도루왕(2014년 김상수, 2015·2016년 박해민)을 배출했다.
상대 투수의 약점을 간파하고 선수에게 도루 타이밍을 전달하는 데 능하다. 개인적으로 수년간 데이터를 구축해 왔다. NC는 올해 '뛰는 야구'를 다시 선언했고, 벌써부터 박민우 등 주력이 빠른 선수들은 김평호 코치의 합류를 환영한다.
1군 코칭스태프가 확 바뀐 kt는 김용국 수비코치를 영입하며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김 코치는 2015년 나바로의 골든글러브를 대리 수상하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SK의 외국인 코치 두 명은 힐만 감독이 직접 영입했다. 코치의 국적뿐 아니라 '보직'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한다. 예이츠 코치의 보직인 QC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한 보직이 아니다. 비디오 분석·투수 인스트럭터·외국인 스카우트 업무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두산은 이강철 전 넥센 수석 코치를 비롯해 조웅천·최경환 코치 등 4명을 새로 영입했다. 두 명이 떠났지만 '코칭 전력'은 강화됐다. 롯데는 선임 2년째인 조원우 감독에게 힘을 다소 실어 줬다. SK 시절 2년 동안 그와 함께했던 김원형 코치를 영입해 수석 및 투수코치 임무를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