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원빈의 손을 잡고 해맑게 레드카펫을 누볐던 소녀가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연기는 깊어졌고 성격은 밝아졌으며 미모는 물이 올랐다. 배우 김새론(16)을 잘 아는 측근들은 그녀를 '왈가닥'이라 표현할 정도다.
또래 배우들에 비해 다소 어둡고 무거운 작품을 많이 선택했던 김새론이지만 영화 '눈길(이나정 감독)'은 그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어려웠던 영화다. 위안부 소재를 담았다는 것 만으로도 모든 연기가 조심스러웠던 시간. 김새론은 "어떤 경로로든 꼭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 공감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눈길' 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마찬가지인데 극중 역할들의 경험을 실제로 겪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몰입을 한다고 해도 표현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최대한 관련 자료나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 보기는 하지만 결국 시나리오를 많이 보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캐릭터 상황에 대입했을 때 감정이 많이 올라오더라. '눈길'도 '지금 내가 영애 상황이라면'을 계속 상상했다." - 캐릭터 감정에 벗어나기 힘들지는 않나. "여운이 남으면 벗어나기 힘들기도 한데 힘든 그 감정마저도 좋다. '재미있군' '좋군' 이런 느낌이 든다.(웃음)"
- 친구들도 '눈길'을 관람했겠다. "시사회 때 온 친구들도 있고, 그 전에 드라마를 통해 본 친구들도 있었다. 또 어떤 기념일에 학교에서 전교생들이 볼 수 있도록 틀어 주기도 했다. 심지어 후기를 쓰는 것이 수행평가였다. 선생님들께 감사했다."
- 친구들의 반응은 어떻던가. "수행평가이긴 하지만 친한 친구가 나오는 작품이니까 더 관심있게 봐 줬던 것 같다. 그리고 다들 같은 마음을 느낀 것 같더라. 특히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친구들이 펑펑 울길래 좀 놀라기도 했다. '아, 이 친구도 이렇게 봤구나' 생각했고, '어머나' 하면서 나도 같이 울었다.(웃음)"
- 김향기와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 이후 또 만났다. "향기는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난 너무 좋고 편했다. 또래 친구들이 많지만 향기는 그 중에서도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친구다. '여왕의 교실'을 할 때도 향기와 특히 더 좋았어서 '둘이서 한 번 더 작품 하고 싶다'는 말도 했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지만 만나게 돼 너무 반가웠다. 성인이 된 후에도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실제 성격은 비슷한 편인가. "정반대다. 향기는 차분하고 조용하고 참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이미지다. 근데 나는 '팅팅탱통. 왈랄랄라' 약간 이런 스타일이다.(웃음) 말을 쉬지 않는다. 수다 스럽고 표현이나 리액션도 크다. 그런 면에서 향기가 힘들어 했을 수도 있다. 극중 캐릭터와도 정반대다."
- 캐릭터를 보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성격이다. "촬영하는 동안에는 평소에도 어떻게든 내 성격을 가라 앉히려고 한다. 내 성격대로 지내다가 갑자기 연기를 하면 캐릭터 성격과 섞일 수 있으니까. 최대한 점잖게 있으려고 하는데 어렵다. 가장 고치려고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김영옥 선생님과의 에피소드도 눈시울을 붉혔다. "편하게 하려고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색해 하면 관객들이 '아, 쟤가 아직 선배님에게 저렇게 하는건 어색해 하는구나'라고 알아 챌까봐 최대한 방해가 안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다. 그래서 선생님을 향기라고 생각하고 향기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
- 하고 싶은 연기, 작품이 더 많아졌을 것 같다. "'눈길'과 같은 작품도 꾸준히, 계속 하고 싶지만 일상적인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 생활 연기나 친구들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 로코물도 해보고 싶다."
- 원하는 배우가 있다면. "딱히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데.(웃음) 로코물까지는 모르겠지만 난 어릴 때부터 항상 만나보고 싶은 상대 배우로 김수현 오빠 이야기를 했었다. 한 작품에서 만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는 나와 띠동갑이다. 근데 오빠가 워낙 '영'하게 살아서.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