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첫 상대 이스라엘이 베테랑 투수 제이슨 마키(39)를 선발로 내세운다. 이스라엘은 한국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선언했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WBC 서울라운드 4개국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WBC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과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 궈타이위안 대만 감독이 참석했다.
호스트 국가인 한국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대한민국 모든 야구 팬들이 기대할 거라 생각한다"며 "3월에 야구를 한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회를 해서 부담도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한국은 오는 6일 이스라엘과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김인식 감독은 왼손 에이스 장원준(두산)을 일찌감치 선발로 낙점했다. 장원준은 요미우리·쿠바 대표팀을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1선발 중책을 맡았다.
"한국전 선발 투수를 공개할 수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웨인스타인 감독은 흔쾌히 "물론이다. 제이슨 마키가 선발 등판한다"고 답했다. 예정에 없던 웨인스타인 감독의 선발 공개에 일순간 기자회견장은 웅성거렸고, 취재진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한국전은 부담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경기"라며 "마키는 오랜 기간 빅리그에서 뛰었고, 큰 무대에 익숙하다.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부담있는 상황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량 공세를 예고했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이번 대회에 투수 16명을 데려왔다"며 "단기전에선 투수가 중요하다. 우리 팀은 다양한 유형의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한 기회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속한 A조에서 야수진 전력은 최강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는 아직 완전체가 되지 않았다. 뮬렌 감독은 "대부분 선수가 어제(2월 28일) 한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오늘(3월 1일) 오후에 한국에 온다. 팀 전력은 내일(2일) 완성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며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머지 3개국의 전력도 훌륭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6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한국은 12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꾸준히 손발을 맞췄다. 대만 역시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고, 자국에서 쿠바와 평가전을 치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최근에서야 완전체 전력을 갖췄다. 호흡 문제가 우려되고 있지만, 두 사령탑은 '걱정없다'는 뜻을 밝혔다.
뮬렌 감독은 "퀴라소 출신과 미국에서 온 선수가 많다"며 "선수들 모두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선수들이 모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협력 플레이가 약점으로 꼽힐 수 있지만, 연습경기에서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애리조나에서 3일 동안 훈련한 것이 전부지만, 서로를 알아가고 파악하고 있다. 함께 한 시간이 짧다는 건 위협적이지 않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라운드를 치르는 A조 4개국 가운데 상위 1·2위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최소 2위를 해야 한다. 1·2위를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4개국 감독은 신중했다. 웨인스타인과 뮬렌 감독은 "알면 좋겠지만, 모르겠다. 예측은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궈타이위안 감독은 "며칠 지나면 알 수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농담을 했다. 김인식 감독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매경기 결승전이라고 생각한다. 실수를 조금 더 하는 팀이 떨어질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은 고척돔에서 쿠바(2월25~26일)·호주(2월28일)와 세 차례 평가전을 치러 모두 승리했다. 평가전을 지켜본 네덜란드·이스라엘 감독은 한국 경계령을 내렸다. 뮬렌 감독은 "공격력이 인상적이었다"며 "투수 쪽도 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 경기를 세심하게 지켜봤다. 굉장히 훌륭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쉽게 이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TV를 통해 한국과 쿠바 평가전을 봤다"며 "굉장히 인상 깊었다. 경기력이 대단하더라. 홈 팬들의 응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인식 감독은 WBC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로 중심 타자 김태균(35)을 꼽았다. 김 감독은 "물론 경기는 해봐야 안다. 하지만 타선에서 늘 기대되는 선수는 김태균"이라고 말했다. 이어 "WBC를 세 번째 참가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대회가 열린다"며 "굉장히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 야구 팬들께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대만 등 강호를 상대하는데,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 기대에 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